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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號 한은, 조직문화 확 바꾼다...이달 중 경영혁신안 발표


입력 2022.06.10 12:59 수정 2022.06.10 12:59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념사 ‘수평적・수요자 중심 변화’ 강조

조직개편 의지...상시 토론·소통 강화

노조 “방향성은 환영, 실질적 보상 뒤따라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조직혁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취임전부터 한은의 변화와 혁신, 직원들의 사기진작 등을 부르짖어 온 만큼 한은이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이같은 취지를 담은 조직개편 및 경영혁신안도 공개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조만간 조직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달 중 경영혁신안을 언론에 공개하고, 소통과 혁신 강화에 주력한다. 한은의 경영혁신안은 이창용 총재가 국제기구와 정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수립한 조직문화 쇄신에 방점을 찍은 개편안이 담겼다.


앞서 한은은 중장기 혁신방안으로 전임 이주열 총재 때부터 머서코리아, 맥켄지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은 자문을 토대로 혁신안을 마련해왔다. 이창용 총재는 취임 직후 관련 보고를 받고 직원들과 추가 논의를 거쳐 혁신안을 최종 완성했다.


혁신안은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한은 분위기를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 총재의 의지를 적극 담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직급체계 전면 개편, 업무 소관 재설정, 성과 중심 평가시스템 개편 등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제도의 경우 IMF식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IMF는 국장급 인사 선임시 여러명의 후보를 지원받고 경쟁을 통해 발탁하는 방식을 취한다. 능력 위주의 인사 채용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은 조직이 유연성과 리더십, 전문성, 소통 등을 강화해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총재는 이날 진행된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식에서도 조직쇄신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념사에서 “한은이 수평적이고 수요자 중심의 조직문화로 바꿔야 한다”며 “서로 존중하면서도 업무에 관한 한 ‘계급장 떼고’, ‘할말은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조직내 집단지성이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또한 조사역이 저와의 점심자리에서 ‘지난번 총재님 연설문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경직된 위계질서를 없애는데 앞장서겠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한은 내부서도 이같은 신임 총재 행보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총재는 수시로 경제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등 변화의 물꼬를 텄다. 지난 2일에는 처음으로 ‘경영 인사 혁신 방안’을 주제로 한 타운홀 미팅이 진행됐다. 또 한은 처음으로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 분석과 견해를 담은 ‘블로그’ 운영도 시작했다. 첫 타자로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는 홍경식 통화정책국장과 김웅 조사국장이 나섰다. 홍 국장은 통화정책을 숙제로 비유하며 기자들의 관심어린 시선을 받았다.


다만 오랜 기간 지속돼 온 한은 특유의 조직문화가 한 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시간에 많은 변화가 이뤄지며 직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은의 숙원이었던 임금삭감분 복원이 이뤄지지 못하며, 수년째 처우에 대한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주요 공기업의 임금을 삭감한 바 있다. 한은도 당시 임금 5%를 삭감한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1.4%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이어오고 있다. 노사는 올해 3월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제기된 직원 복지제도 등을 축소하는 대신 임금 인상에 나서기로 합의, 임금 복원 노력이 한창이다. 한은의 임금인상률은 기획재정부가 최종 결정한다.


유희준 한은 노조위원장은 “이 총재가 추구하는 한은의 혁신 방향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임금 정상화 등을 포함한 보상 체계 없이는 조직혁신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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