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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사건처럼…'北피살 공무원' 유족 "누군가 지시에 의해 짜맞춘 월북 프레임"


입력 2022.06.18 06:03 수정 2022.06.17 18:49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유족 측 기자회견, 해경 진술조서 공개…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 청구, 거부시 소송 진행 방침

"실종자 월북했다 생각하는가"…직원들 "전혀 아냐, 월북 하려고 했다면 방수복 입었을 것"

법률 대리인 "7명의 직원이 이씨 월북하지 않았다고 밝혀…해경, 이 얘기는 빼고 선택적 증거 채집"

피살 공무원 아들, 尹대통령에 감사 편지…"아버지 월북자 낙인 주변서 알게 될까봐 평범한 척 살아"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 측이 17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 5층 인권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른바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이 사망한 공무원 이모씨가 월북했다고 밝힌 과거 해양경찰청 및 국방부의 발표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짜맞춰진 월북 프레임"이라며 거듭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아내 등 유가족은 17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 5층 인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오후 해경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무궁화 10호 선박 직원들의 '월북 관련 진술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무궁화 10호는 피살 공무원 이씨가 마지막으로 승선한 선박이다.


피살 공무원 동료들 "이씨,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 없어"


해경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무궁화 10호 직원들은 이씨가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도 없고 북한 관련 방송이나 서적 등도 들여다 본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특히 한 직원은 '실종자가 월북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만약 월북을 하려고 했다면 각 방에 비치된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가야 했는데, 그 추운 바닷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은 월북이 아닌 자살이라 생각든다"고 답했다.


이 직원은 이어 "이씨의 방에 가서 확인해 보니 방수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한 생전 선박 동료들에게 ‘이런 날씨에 바다에 빠지면 3시간 안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지금까지 해경은 방수복이 사망자의 방에 있었던 점 등을 전혀 언급한 적 없다"며 "해경은 이런 부분을 숨기고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했는데, 증거를 선택적으로 채집해서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씨에게 '정신적 공황상태'가 있었다고 해경에 의견을 밝힌 전문가는 7명 중 1명이고, 이씨가 월북하지 않았다고 밝힌 무궁화 10호 직원들은 총 7명이다"며 "당연히 직원들의 말이 증거 가치가 훨씬 높은데, 해경은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이야기는 빼버렸다. 자신들이 원하는 월북 프레임과 방향이 다르니까 선택적으로 짜맞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이씨가) 사망 전 수시로 도박했고 채무도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피살 공무원 아들 "아버지 월북자로 낙인"


이날 기자회견에선 피살 공무원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감사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편지는 참석하지 못한 아들 대신 피살 공무원의 배우자인 권영미씨가 대독했다.


아들 이씨는 "아버지의 사망 발표를 시작으로 죽음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1년 9개월을 보냈다"며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돼야 했다"고 썼다.


이어 "하루 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버지의 월북자 낙인을 혹시 주변에서 알게 될까봐 아무일 없는 평범한 가정인 척 그렇게 살았다"며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들어주신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권씨는 아들의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울었다.


김 변호사는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향후 계획도 설명했다. 유족 측은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장에게 피살 공무원 관련 대통령지정기록물을 공개하라는 청구를 냈고, 오는 23일까지 답변을 받기로 한 상태라고 한다.


김 변호사는 해당 청구가 거부당할 경우 ▲행정 소송 ▲정당 원내대표 건의 ▲문재인 대통령 고발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원내대표 건의의 경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을 먼저 만나볼 예정"이라며 "특히 민주당에서는 윤건영 의원이 진실규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대통령지정물기록물을 공개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만약 반대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며 "피살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살인방조죄로 고발하자는 의견이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하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근무했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는 2020년 9월 27일경, 안보실로부터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지난 1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국방부나 해경 등 국가기관에 하달한 지침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 지침으로 인해 국방부와 해경 등이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서 전 실장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는 지난 2020년 9월 23일 서해 소연평도 근방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당시 해경과 국방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해경과 국방부는 돌연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낼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국방부 발표 등에 근거해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며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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