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글로벌 '승부수'
배터리 공급망 구축 등 차 품질·가격 선점해야
'고용 안정' 놓고 노사 갈등 우려…설득 방안 관건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에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와 해외 곳곳에 전용공장을 세워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6%에서 12%로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같은 전기차 전환 전략이 성과를 거두려면 안정적인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기차 기술 만큼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을 놓고 강하게 반발중인 노조를 설득하는 작업도 이에 못지 않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포함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2030년 연간 18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같은 기간 기아는 전기차 13종을 출시해 14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이 일환으로 국내외 해외 모두 전용공장을 만든다. 미국 조지아 브라이언 카운티에 들어서는 전기차 전용공장은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곳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국내는 기아가 오토랜드 화성에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PBV(목적 기반 차량) 전기차 전용공장을 새로 짓는다.
이와 함께 기존 공장에 전기차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도 만들어 국내에서만 2030년까지 144만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전체 전기차 생산(323만대)의 절반을 국내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하려면 주요 부품인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중국 CATL 등과 협력하며 배터리 타입을 다변화하고 있다. 새로 지을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에도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배터리셀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배터리 조달 뿐 아니라 성능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서울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전고체 배터리(SSB), 리튬메탈 배터리(LMB), 배터리 공정기술 등이 핵심이다.
미국 리튬메탈 배터리 제조사인 SES에도 1억 달러(12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도 확대해 기술 고도화 방안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개발·조달 뿐 아니라 원자재 공급망 투자에도 현대차그룹이 관심을 더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인기에 발맞춰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원료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만큼 광물 확보전에 참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터리 등 부품값이 올라가면 신차 반영해야 하지만 이는 판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원가 압박 부담을 덜기 위해 테슬라 등은 직접 호주, 브라질 광산회사와 니켈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미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기업도 니켈 등 광물 확보부터 배터리셀 생산까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 전환도 현대차그룹이 매해 풀어가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전기차 전환은 인력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수가 3분의 1가량 적고, 그만큼 작업 공수도 줄어 인력 수요가 20~3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예상이다.
현재 10만명이 넘는 현대차‧기아 인력 규모가 10여년 뒤에도 유지되고,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이 스케줄대로 전동화 전략이 이행된다면 2~3만명 가량이 잉여인력이 된다.
강성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선 현대차·기아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고용 안정'을 핵심 사안으로 두고 있다.
특히 오는 22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상견례를 앞두고 있는 기아 노조는 '미국 전기차 투자에는 일자리 10만명이 포함돼있는 반면 국내 투자에는 일자리 창출 계획이 없다'면서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양사 노조는 공통적으로 이번 임단협 협상에서 고용보장을 하면서 신규인력도 충원하고 정년 연장까지 해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현대차에서만 정년퇴직하는 인력은 약 1만26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2500여 명이 자연감소한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이 감소분을 신규 충원으로 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퇴직자 대상의 '촉탁제(단기 계약직)'를 폐지하고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만 61세로 늘리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 1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아울러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xEV(전기차) 관련 부품공장 투자 등 미래차 산업 공장 국내 신설과 전기차 모듈 라인 기존 공장 유치 등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노조는 요구한다.
이는 결국 현 생산직 규모를 앞으로도 유지할수 있도록 국내 현대차·기아 사업장 투자와 인력 확충을 약속하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현재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전기차 사업 방향과 맞지 않은 만큼 설득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임금 상승과 고용안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만큼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쟁의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전기차 전환을 놓고 선두 기업인 테슬라, 폭스바겐 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현대차로서는 그렇다고 노조의 요구대만 움직여서는 중장기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글로벌 시장 도태를 의미하기도 하는 만큼 노조 설득 방안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서 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인력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며 "완성차업체는 연구개발·투자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미래 일자리 전환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노사가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