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율 전체 실손보험 1% 미만
"병원 이용 적다면 4세대가 유리"
실손의료보험을 4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면 보험료를 50%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연말까지 연장 시행된다. 다만 적자를 막고 보험료 형평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4세대 실손보험 전환율이 저조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 계약전환에 대한 할인혜택이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 실시된다.
이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계약 전환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기존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경우 보험료를 1년간 50%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특별할인 혜택을 한시적으로 제공해 왔다.
실손보험은 출시된 시점에 따라 1~4세대로 구분된다.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은 일부 비급여 과잉의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등으로 인해 손실이 지속 악화됐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이런 만성 적자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다.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로 인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막고 높아진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쓰는 만큼 내는 구조다. 병원을 자주 가는 보험 계약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대신 월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보다 낮다.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40세 남성 기준 올해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월 보험료는 1만1982원으로, 1~2세대 실손보험의 최대 4분의 1 수준이다. 1년간 보험료의 절반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적용받으면 보험료는 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보험료와 할인 혜택에도 4세대 실손보험 전환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5대 손보사의 4세대 실손 전환 규모는 지난해 8만6828명에 그쳤다. 월별로 보면 ▲7월 1만470명 ▲8월 1만4247명 ▲9월 1만3167명 ▲10월 1만3332명 ▲11월 1만6427명 ▲12월 1만9185명 등이다.
올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시작하면서 1~5월 전환 규모는 14만5688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가 3900만명이고, 5대 손보사가 전체 실손보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환율은 1%도 채 되지 않는 현실이다.
소비자들은 자기부담금이 이전 세대 보험보다 높고,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료가 급등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할인 연장 제도로 인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할인 혜택이 연장되면서 전환자 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할인 제도가 끝나면 전환 속도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이용 빈도, 나이, 치료 성향 등을 고려해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은 "1~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향후 더 가파른 속도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단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병원을 자주 가지 않거나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4세대 실손보험 가입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