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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이즘의 부활…토레스로 본 쌍용차 디자인 철학


입력 2022.06.30 09:00 수정 2022.06.29 17:20        경기도 평택 =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정통 SUV 스타일 현대적 감각 재해석…야성 집약시킨 신차 '토레스'

산봉우리·성벽 등 우람하고 담대한 SUV 유산 계승…"전기차, KR10도 터프가이"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상무가 29일 평택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디자인 철학 미디어 설명회'에서 쌍용차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쌍용차

"토레스엔 예전 코란도와 무쏘를 개발했던 정신이 담겨있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대를 돌파하며 쌍용자동차 부활의 핵심 열쇠로 등극한 중형 SUV '토레스'. 토레스 디자인을 총괄한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상무는 29일 평택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디자인 철학 미디어 설명회'에서 정통 SUV 브랜드 정신인 '강인함' '안전함' '튼튼함'을 신차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정통 SUV 브랜드로의 회귀’는 쌍용차 재도약의 핵심이다. 쌍용차의 ‘리즈’ 시절을 이끌었던 코란도(2세대)와 무쏘는 '가장 기억에 남는 1990~2000년대 자동차' 설문에서도 당당히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차량들로, 모두 정통 SUV의 스타일을 지녔었다.


이 고유의 유산(Heritage)을 이어 받은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쌍용차는 'Powered by Toughness(강인함에 의해 추진되는 디자인)이라고 새롭게 제시했다. 정통 SUV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기존 SUV와의 차별화를 지향한다. 한 마디로 '마초 이즈 백'이다.


고유의 색을 되찾겠다니. 그렇다면 쌍용차는 어디서 차별화를 잃은 것일까. 거론되는 대표 차종이 4세대 코란도다. 2019년 2월 출시된 4세대 코란도는 동생 격인 티볼리의 성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그만 동생의 얼굴을 그대로 이식하고야 말았다. 그 탓에 코란도 고유의 야성은 사라졌고, 소비자들도 등을 돌렸다. 전체 라인업이 5개로 단출한 쌍용차로선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상무가 29일 평택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디자인 철학 미디어 설명회'에서 쌍용차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쌍용차

예전 같지 않은 판매와 혹평을 겸허히 받아들인 쌍용차는 이전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남들 다 만드는 개성 없는 SUV가 아니라 우람하고 강인한 고유의 색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Powered by Toughness(강인함에 의해 추진되는 디자인)을 지향하는 쌍용차 디자인은 구조적 강인함(Robust Architecture), 예상 밖의 기쁨(Unexpected Delight), 강렬한 대비(Vibrant Contrast), 자연과의 교감(Communion with nature)으로 압축된다.


'구조적 강인함'은 쌍용차 디자인 형상을 말하는 것으로, 강인하고 튼튼하며 안전한 내·외관을 설명한다. '예상 밖의 기쁨'은 갑작스러운 선물이나 프로포즈를 받듯, 작은 아이템이어도 고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가치를 뜻한다.


'강렬한 대비'는 형상과 색깔에 대비 효과를 일으켜, 강렬한 첫인상을 받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과의 교감'은 SUV답게 고객들이 편하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뒀다.


신차 토레스(TORRES)ⓒ쌍용자동차

이런 4가지 주제로 모두 녹여내 쌍용차의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한 첫 작품이 토레스다. 쌍용차가 이를 갈고 만든 토레스는 17년 전 단종된 무쏘 후속 모델로 지난해 6월 디자인 공개 당시부터 "이대로만 나와달라"는 호평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1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토레스는 "디자인이 그대로 실물로 탄생했다"는 평가를 얻으며 현재까지 사전계약 2만5000대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히 토레스는 기존 SUV들과 달리 정통 SUV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Retro) 감성을 더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레스를 처음 연상할 당시, 머리에 염색하고 귀걸이도 한 세련된 터프함을 떠올렸다. 교실 안에서도 안경끼고 공부 잘하는 학생 보다는 기타를 치고, 친구도 많고, 멋쟁이인 친구가 토레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토레스는 날렵한(sleek) SUV로 분류되는 기아 스포티지, 토요타 라브4, 쌍용차 코란도와는 상당히 다른 외관을 갖고 있다고 이 상무는 설명했다. "라브4는 현재 코란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같은 이미지로는 시장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다. 정통 SUV 본연의 코란도, 무쏘를 만든 정신을 되살려 토레스를 개발하게 된 이유다."


신차 토레스(TORRES) 주행사진ⓒ쌍용자동차

'마초' 이미지를 부활시키지만 일부 매니아들이 선호하는 극단적인 오프로드 이미지에 치우쳐도 문제다. 쌍용차를 다시 일으키려면 대중성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 브랜드가 어느 정도 탄탄하게 됐을 때 호불호가 갈리는 차량을 만들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가진 강인함을 내세우되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차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이 상무는 토레스 디자인에 영감을 얻은 우뚝 선 성벽 사진을 보여줬다. 무너지지 않은 성벽처럼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를 구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토레스 전면부를 보면 버티컬 타입의 라디에이터그릴을 적용해 강인하고 와일드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후면부는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테일게이트 가니쉬를 적용해 정통 SUV 이미지를 연출했고, 휠 아치는 강렬한 SUV 느낌을 위해 튼튼하고 각진 형태로 만들었다. 이는 다부지고 우람한 예전 코란도, 무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신차 토레스(TORRES)ⓒ쌍용자동차

"처음 토레스 디자인을 보고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도 디자인을 30년 이상 했다. 디자인을 정할 때 첫번째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대체로 성공적이다. 이 디자인이면 할 만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토레스(TORRES) 차명에 영감을 준 '토레스 델 파이네' 사진도 소개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파이네의 탑'이라는 뜻으로 3개의 화강암으로 된 봉우리로 이뤄졌다. 파이네는 파란색을 의미한다. "강한 바위 형상과 블루와 태양빛인 오렌지·레드의 강렬한 대비, 자연물과 건축물의 조화를 보니 우리가 가고자 하는 디자인 철학과 아주 적합했다."


아웃도어와 정통 SUV를 표방한 아이템도 곳곳에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후드 위 양 측면에 배치된 손잡이는 고리로 걸어 차양막을 치거나, 그늘막 텐트로 활용할 수 있다.


리어램프는 태극기 형상을 띄고 있는 데, 건곤감리(乾坤坎離) 중 '리' 모양을 따왔다. 툭 불거져 나온 C필러에 대해서는 "너무 센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필러가 기둥이지 않은가, 강한 기둥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차 토레스(TORRES)ⓒ쌍용자동차

실내에도 'Powered by Toughness'가 그대로 반영됐다. 최대한 공간성을 확보하면서 슬림하게 구성하는 Slim&Wide(슬림&와이드) 콘셉트를 적용한 것이다. "클러스터, 스피커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깔끔하고 심플하게 만들어 앞쪽 시야를 넓게 만들었다. 스티어링휠도 상하단을 모두 잘라내 시야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1열은 3분할 와이드 디지털 클러스터, 12.3인치 다기능 인포콘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8인치 버튼리스 디지털 통합 컨트롤 패널 등 비교적 단순하게 구성됐다. 그러면서도 정통 SUV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아날로그식 나침반이 탑재됐다.


이 상무는 특히 하단부 터치 디스플레이에 대해 강조했다. 앞으로도 쌍용차 인테리어 구성에 활용될 소지가 높다는 설명이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에선 우리가 처음으로 쓰고 있다. 터치 스크린 덕분에 물리적 버튼이 사라졌다. 공조장치, 오디오 장치 뿐 아니라 우리가 잘 쓰지 않는 여러 버튼이 있다. 하단 터치 스크린에 다 넣었다. 핸드폰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지 않았나. 익숙해지면 쉽게 쓸 수 있다."


쌍용차 토레스 실내 이미지ⓒ쌍용차

이 상무는 쌍용차 부활 열쇠를 쥔 토레스 뒤를 이어 내년에 나올 코란도 후속작, KR10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KR10은 어느 정도 모델 윤곽이 나온 상태로, 현재 상품 개선을 진행중이다.


"토레스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KR10에서 완성하겠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자유분방한 쪽으로 방향을 맞춰 KR10을 시도할 생각이다. 토레스로 브랜드 위치를 어느 정도 올려놓고 난 뒤, KR10은 SUV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차로 만들어 공개하려고 한다."


마초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토레스는 쌍용차가 이를 갈고 만든 만큼 큰 기대를 모은다.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만대 넘게 판매될 정도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간의 부진을 씻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레스는 많이 팔려야 한다. 디자인도 잘 살려야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많이 팔려야 한다. "


쌍용차의 신차 프로젝트 KR10 디자인. ⓒ쌍용차

토레스의 성공은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뿐 아니라 순차적으로 공개될 토레스 전기차(프로젝트명 New100)와 KR10 출시 일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토레스 전기차는 전기차이지만 터프함을 담고 있다. 내년 적절한 시점에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머지 않은 시기에 티저 스케치를 공개하겠다."


한편 쌍용차는 우여곡절 끝에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2020년 12월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한 지 1년 6개월 만이자, 마힌드라그룹이 손을 떼겠다고 한 지 2년 만이다. 이 기간 신차 없이 버텨온 쌍용차는 오랜 공백 기간 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인 중형 SUV 토레스에 명운을 걸고 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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