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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민관협의회 출범…韓日관계 개선점 찾을 수 있나


입력 2022.07.05 09:15 수정 2022.07.05 09:16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강제동원 피해자 측 "日기업과 직접 협상"

'외교적 보호권' 요청도

외교부 "300억 대위변제안 정부안 아냐"

첫 회의 원론적 공감대 형성 초점

4일 열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민관협의회에 참석하는 강제 동원 소송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온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인 민관협의회가 4일 출범한 가운데, 이날 첫 회의가 비공개로 개최됐다. 피해자 대리인단은 일본 기업과 직접 협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정부에 '외교적 보호권'을 요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민간협의회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피해자 측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및 법률대리인, 학계 전문가 및 언론·경제계 등 12명이 참석했으며 약 2시간 40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앞서 피해자 지원단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인 장완익·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과 일본 기업과의 협상이 성사되기 위한 강력한 외교적 노력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대리인·지원단이 일본 측이 아닌 한국 정부에게 공개적으로 구체적 요청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인정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의 발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외교적 보호권은 국가가 자국민이 타국에 의해 위법한 침해를 받는 경우 또는 자국민이 타국에 대해 청구권을 갖는 경우 국제법상 국가가 보호나 구제를 해당 타국에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또 피해자 지원단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은 지난달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조성한 300억원의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대위변제하는 방안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관련해 "피해자 대리인과 지원단은 정부로부터 전혀 고지 받지 못했다"며 정부 공식안인지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지원단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은 회의 참석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300억 대위변제안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정부안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윤 정부 출범 후 일본과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협상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과 다르다는 명확한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왜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해 질문했지만 답변까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와 기업 사이에 협의를 도와 달라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오늘 따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해당 안은) 정부안이 아니고 일본 측과 조율한 적도 없다고 했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늘은 해결책에 대한 방안보다는 각자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다음 협의회에서는 보다 초점을 맞춰서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동 외교1차관이 4일 열린 강제징용 관련 민관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이날 회의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다양한 생각을 교환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 지에 대해 논의하는 사실상 '상견례' 자리였다. 특히 피해자들이 대다수가 고령이라는 점, 현금화 조치가 이르면 올 가을부터 강제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변호사는 "회의에서도 이번 협의회가 안을 도출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견 수렴의 과정인지 질문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의회의 최대치는 결국 하나의 안을 권고하는 것이고 법적 권한이 아무것도 없는 임의기구"라며 "피해자 동의를 받는 과정이 결국 있을텐데 동의를 받는 대리인이 협의회에 참가하는 것은 애매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대리인이 참여해 만든 안을 나중에 피해자들이 '받지 못 하겠다'고 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대리인이 실제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대한 고민해봐야 할 상황"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에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4월 한국 법원의 자산 매각명령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일본 기업들이 배상 이행을 거부하자 피해자 측은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을 찾아 현금화(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일본 기업이 매각명령에 불복하고 배상 이행을 거부하면서 이르면 올가을 강제집행 시작을 위한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미쓰비시중공업의 재항고가 대법원에서도 기각돼 매각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면 양국의 관계개선은 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기에 일본정부는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으며,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및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배상 판결이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해결방안을 한국이 먼저 제시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한편 조 차관은 이날 "강제징용 판결문제 관련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돼 의미 있으며, 오늘과 같은 대화와 소통의 자리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향후에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하여 피해자측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 및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관협의회는 이달 중 두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고 내달 중 한 차례 추가 회의를 열어 결론에 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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