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1400만원까지 최저세율 적용
5000만원 이하 과표구간 일부 변경
정부 “민생 안정·경제 활력에 도움”
전문가 “기대 못 미쳐…효과 미미”
이번 정부 세제개편 핵심은 크게 3갈래로 나뉜다. 근로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세는 지난 15년 동안 한 차례도 손질을 거친 적 없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항목이다.
정부는 이번에 서민과 중산층 세금 부담 완화를 이유로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근로소득세액공제를 조정했다. 과세표준 구간은 기존 8단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5000만원 이하 소득자에 대한 세율 일부를 바꿨다.
구체적으로 최저세율(6%) 구간이 200만원 늘어 1400만원 이하까지 넓어졌다. 최저세율 상한선이 140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15% 세율 또한 1400~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기존 4600만원 이하보다 400만원 늘어난 셈이다. 24% 세율 범위도 5000~8800만원으로 조정됐다. 8800만원 이상 구간은 예전과 같다. 정부는 이번 과세표준 변경으로 근로자 1인당 최대 54만원 정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한 근로소득세액 공제한도는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1억2000만원 초과 근로소득자는 약 30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게 됐다.
근로소득세 감세 핵심은 지난 15년 동안 경제 성장으로 물가가 지속 상승했는데 과세 구간은 그대로여서 실제로는 증세효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세는 소득에서 각종 공제를 뺀 과세표준에 따라 매긴다. 소득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이런 과세표준 기준은 지난 2008년 만든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2008년 과세표준 설정 이후 약 15년이 흐르는 동안 물가는 30%가량 올랐다. 경제 성장으로 평균소득 역시 상승했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과세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급여가 오른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됐다. 사실상 ‘보이지 않는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전체 근로소득세는 50조3000억원으로 2010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해 세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줄이되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액공제축소를 통해 세 부담 경감 폭이 다소 완화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소득세 개편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 이 정도 개편으로는 서민 피부에 와닿을 만큼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보다 부자 감세 효과가 크다고 비판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소득세가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효과를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선진국들은 물가에 연동해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을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 실질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분을 과표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물가 연동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인 방식으로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