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백현동 감사보고서' 채택에
'사법 리스크' 때이른 현실화 조짐
강병원 "李 '공천해달라' 전화 압박
'당이 요청했다' 전부 거짓이었느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때이른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획득한 경위도 재조명될 전망이다. 공천권자였던 박지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의원 스스로가 '공천을 달라'며 통화로 압박했다고 폭로하면서, 이 의원이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스스로 '방탄복'을 챙겨입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강병원 의원은 22일 SNS를 통해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계양을 국회의원 재보궐 공천 과정을 복기하면서 '이 의원이 자신을 공천해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했다'고 말했다"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날 이데일리를 통해 보도된 인터뷰에서 지난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이재명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을 공천하라고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이 본인을 (인천 계양을로) '콜' 해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이 있다"며 "호출을 안하면 당장 손들고 나올 기세로 말해 공천 결정을 했지만, 옳지 않다는 판단에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격인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었던 박 전 위원장은 공천권자였다. 실제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인천 계양을 및 서울시장 공천은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비대위에서 의결함으로써 확정됐다. 이 의원이 '셀프 공천'을 했다는 신빙성 있는 주장이 제기된 셈이다.
강병원 의원은 "당시 이재명 의원의 입장은 '당이 요청했고, 당의 정치적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 아니었느냐"며 "만일 박 전 위원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얘기"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나아가 "당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당의 위기를 빙자해 스스로 공천하고 지역구까지 '찍은' 것"이라며 "당내 민주주의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시스템 공천까지 왜곡하면서 당의 미래를 염려하는 의원 다수와 원로들의 한결같은 만류에도 출마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요청 아닌 李 본인의 압박이었다면
'방탄용 출마설' 되살아날 가능성 커
김종민 "'방탄용' 인정해주기 싫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이해 잘 안 간다"
이재명 의원이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 이른바 '방탄복'을 챙겨입으려 보궐선거에 출마해 원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시선은 사실 오래 전부터 민주당 안팎에 존재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 이유에 대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같은 당 입장에서 '방탄용이다' 인정해주는 게 너무 자존심 상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방탄용 출마라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생각을 해보기가 싫다"고 털어놨다.
그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공천 과정이 불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천권자였던 박지현 전 위원장이 공천 과정을 폭로하고 나섬에 따라 이제는 사안의 성격이 '싫어도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것'이 됐다. 이재명 의원은 왜 박지현 전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까지 인천 계양을 공천을 원했으며, 출마를 강행해서 국회의원직이 됐는지 그 이유를 따져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대표가 되면 문제가 불거질 줄 알았던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는 당권 레이스 중인 지금 벌써부터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일 때 추진됐던 백현동 택지개발사업에서 민간업자에게 부당이득을 몰아준 비위가 확인됐다는 감사보고서를 채택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이재명 의원은 이미 이 건으로 고발돼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면 이 의원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59.2% "사법 리스크 있다"시각
李, 이미 의원직 획득…회기중 '불체포'
설훈 "리스크 있다는 게 대부분 의견
사실조차 얘기 못하면 민주정당이냐"
국민들의 시선도 심상치 않다. 앞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59.2%는 당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의원에게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의원이 기소되더라도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헌법 제44조 1항에 따라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되지 않는다. 국회는 현재 7월 임시국회가 소집돼 '회기 중'이며, 오는 9월 1일부터는 100일 간의 정기국회가 소집된다. 사실상 연말까지 회기가 중단없이 계속되는 셈이다. 또 민주당은 회기가 끝날 상황이더라도 언제든 새로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의 백현동 택지개발사업 감사보고서 채택과 박지현 전 위원장의 공천 과정 폭로가 같은날 맞물리면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논란은 8·28 전당대회 내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권주자인 5선 중진 설훈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자신의 '이재명 사법 리스크' 제기를 "정도에서 벗어난 얘기"라고 공박한 것과 관련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나는 '사법 리스크'를 정확히 지적하고 여기에 대해서 (이재명 의원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거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자신의 '사법 리스크' 문제제기 자체가 윤리심판원 회부감이라는 친명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 있는 사실을 얘기했는데 사실조차 얘기를 못하게 한다면 이게 민주정당이냐"며 "얼마든지 제소하라고 그러라. 어이 없는 얘기"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