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으로 인한 사회 현상, 인정 욕구와 관련"
흔히 말하는 '요즘 것들'은 시시각각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걸 먹을 때,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명품 가방을 샀을 때 등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오래도록 남기고 싶다. 물론 좋아하는 노래, 책, 자신의 반려견, 운동 기록 등 소중한 일상까지도 SNS로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간다. 사진은 자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며 일기인 셈이다.
주변을 촬영하며 자신의 퍼즐을 맞춰나갔다면, 이제는 셀카(셀프 카메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문적인 사진으로 '나'를 표현한다. 이제는 증명사진 하나도 평범하게 찍길 거부한다. 이 붐은 정형화된 증명사진에서 벗어나 자신의 색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증명사진의 지표를 제시한 사진관 '시현하다'가 중심에 있었다.
‘시현하다’는 과거에 증명사진은 이력서나 여권 등 증명서들에 첨부하기 위한 인증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자기표현의 방법의 수단으로 시각을 비틀었다.
'시현하다'의 김시현 작가가 촬영한 증명사진에는 사람마다 배경 색을 달리한다. 정해진 규격으로 촬영되는 증명사진에서 인물을 제외하고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부분이 배경이라는 점에 착안해, 피사체인 모델이 스스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배경색을 선택하게 한다. 배경 외에도 사진 촬영 전 고객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표정이나 액세서리, 메이크업 등의 연출을 결정하는 등 촬영 대상자의 시각과 자기표현 의지가 담긴 독특한 증명사진들을 완성한다.
3년째 매년 시현하다에서 기록을 남기고 있는 이용자는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의 얼굴을 남길 수 있다는 점과 친절하신 작가님, 스태프들 때문에 촬영 후 자신감이 생긴다. 예전 사진관에서 보정을 심하게 해서 눈, 코, 입이 달라지는 게 아닌 최대한 그 사람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시현하다'만의 촬영 분위기나 이후 보정이 좋아서 매년 기록하기로 다짐했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아스트로 차은우, 마마무 휘인, 박명수, 프로미스나인 새롬, 빅스 켄, 제이미, 이영지 등 연예인부터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선수, 정치인 심상정까지 '시현하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더 많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는 '시현하다'와 비슷한 콘셉트의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스튜디오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굳이 전문 스튜디오가 아니더라도 하루필름, 포토이즘, 인생 네컷, 셀픽스, 포토시그니처 등 셀프 사진관을 찾아가 찍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90년대 유행하던 스티커 사진의 형식이지만 조금 더 깔끔하고 세련된 질감으로 인쇄된다. 달라진 건 혼자서 셀프 스튜디오 가는 일이 거리낌이 없어졌다. '혼토이즘', '혼셀픽스'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는 우선 가치에 따라 소비와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도 함께 맞물린다. 개인 브랜딩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현재, 개인도 이미지가 경쟁력인 시대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타인으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사진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이 현상의 이면을 보자면 스스로 자신을 PR 해야만 하는 시대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요즘 세대들의 이면도 엿볼 수 있다. 강륜아 심리상담가는 "자신을 브랜딩 하려는 것을 보면, 결국 무언가의 결핍으로 인한 사회현상이라고 본다. 개인의 가치를 스스로 보여주는 과정이 있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사회에 소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MZ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적다 보니 스스로 노력해야 가치를 올리고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하나의 인정 욕구와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