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해당 휴게시간이 유급인지 무급인지 규정하고 있지 않아…노사 합의 사안"
법조계 "근로기준법 18조 언급하며 수당 지급에 있어 차별 하면 안 된다는 논리 펼쳤어야"
"상식적인 판결이어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 작아…차별에 대한 부분 쟁점으로 다퉜어야"
"4시간 근로자, 회사에서 30분 쉬고 가라는 말?…현재 휴게 시간에 대한 법 자체가 모순"
우체국물류자원단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A씨 등이 노동시간 4시간에서 30분을 초과해 매일 일했는데도 유급 휴게시간을 받지 못했다며 초과 근로에 대한 임금을 지원단이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등의 노동시간은 4시간 30분이고, 이 중 30분은 유급으로 한다는 노사 합의가 없었던 만큼 무급 휴게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의 상식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전제하고, 단시간 근로자 역시 통상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수당 지급에 있어 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논리를 펼쳤으면 승소 가능성이 있었다고 조언했다.
지난 26일 인천지법 민사1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A씨 등 우체국물류지원단 소속 단시간 노동자 7명이 지원단을 상대로 낸 노동시간 차별시정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4시간 30분 동안 우체국물류지원단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은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되기에 단시간 노동자인 A씨는 무급으로 30분 휴게시간만 쓸 수 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노동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고 돼 있지만, 해당 휴게시간이 유급인지 무급인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휴게시간의 유·무급 여부는 사용자·노동자 간 합의로 정해야 한다"며 "원고들은 4시간 30분의 근로를 사용자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휴게시간을 임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에 포함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조계의 의견은 다양했다. 노무법인 신영의 김광훈 노무사는 "저도 재판부라면 같은 판결을 내릴 것 같다. 휴게시간이 4시간 30분이니까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원고 측이 근로기준법 18조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며 소송에 참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18조는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명시화한 내용이다. 이 조항 1항에 따르면,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단시간 근로자 역시 통상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수당 지급에 있어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펼쳤어야 한다는 것이 김 노무사의 판단이다.
김 노무사는 "이번 판결은 상식적인 판결이어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열이면 아홉은 저와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차라리 (원고 측이) 차별에 대한 부분을 쟁점으로 두고 다퉜다면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김남석 변호사는 "현재 휴게 시간에 대한 법이 이상한 점이 있다. 4시간을 일하면 30분 휴게시간을 주라고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4시간 근로자들은 30분을 회사에서 쉬고 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난 정부에서도 개정하려고 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정이 되지 않아) 기존에 있던 법을 바탕으로 판결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