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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먹는 하마②]10년 공들인 ‘바다숲’…실효성 논란 극복 방법은


입력 2022.08.24 06:30 수정 2022.08.24 12:57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전국 211개소 2만 6644ha 규모 조성

일부 사업지 갯녹음에 사업효과 논란

사업지 환경·지자체 의지에 결과 달려

FIRA “사업 방식 바꿔 효율성 제고”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조성한 바다숲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일반적 의미로 ‘바다숲’은 바닷속에서 바닷말(다시마 등 해조류)이나 해초류(잘피 등 종자식물류)가 무리 지어 사는 해역을 말한다. 정책(과학)적 의미로는 바닷속 대형 엽상해조류 또는 해초류 군락지로 태양에너지와 이산화탄소(CO2), 물을 이용해 유기물을 생산, 그 산물을 어패류에 공급하는 등 바다 생태계 근간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년 동안 바닷속 해조류가 줄어드는 갯녹음(바다 사막화)을 막기 위해 10년 넘게 바다숲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연안 211개소에 총 2만 6644ha 규모로 바다숲을 조성해 왔다. 투입한 예산은 3443억원가량 된다.


바다숲은 애초 바다 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최근에는 생태 복원 외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루카본’으로서의 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2019년부터 바다숲의 온실가스 흡수율을 조사하고 있다. 이기택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원 바다숲 사업장에 직접 연구 장비를 설치해 해조류가 흡수·저장·분해하는 탄소를 24시간 기록하고, 그 결과를 주 2~3회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지난 12일 연구실에서 만난 이기택 교수는 바다숲 1ha에서 연간 흡수하는 온실가스(탄소류)는 2~3t 정도라고 설명했다. 육지 숲과 비교하면 탄소흡수율이 10배 이상 뛰어난 수준이다.


이 교수는 “바다숲 해조류는 5~6개월만 자라면 크게 성장하는 데 비해 나무 등은 1년 동안 성장을 살펴봐도 얼마나 자라는지 알기 힘들 정도”라며 “성장력 차이에서 해조류가 나무보다 10배 이상 뛰어나다”고 말했다. 식물이 성장하면서 광합성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바다숲의 탄소중립 가치는 육지 숲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라는 설명한다.


문제는 사업의 효율성이다. 감사원과 언론 등에서 그동안 3000억원 이상 투입한 바다숲 사업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이 나왔다. 사업 대상지에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고 심지어 해조류가 감소하는 곳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19년 ‘공단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서 일부 해역에서 바다숲 조성 전보다 해조류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로 이관한 바다숲 조성지를 조사한 결과 일부에서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는 바다숲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원인 규명 없는 바다숲 조성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국민 혈세를 이용해 효과 없는 사업을 장기간, 대규모로 진행한 것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우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기택 포항공과대학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 바다숲 사업지에 설치한 시설에서 수집한 연구 자료를 분석 중이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한국수산자원공단은 그동안 조성한 바다숲이 기대만큼 효과를 낳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바다숲 사업 방식에서 오는 문제와 바닷속 생태 상황이 걸림돌이었다.


현재 바다숲 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1년간 조성하고 3년간 관리한 뒤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형태다. 지자체로 관리권을 넘기고 나면 자치단체장 의지나 예산에 따라 사업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경우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바다숲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지 않거나, 바다숲 해조류를 먹고 사는 해양생물을 관리하지 않으면 사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사업 대상지마다 바닷속 생태 여건이 천차만별이란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식생 환경이 좋은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바다숲은 정책사업이란 이유로 식생 환경이 안 좋은 곳에도 투자해야 했다”며 “실패 확률이 높은 곳이라도 정책적 필요에 따라 바다숲을 가꾸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효율성 문제를 지적받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후 바다숲 조성 방법을 바꿨다. 사업 선정지를 결정할 때 지역 안배보다는 식생 환경을 중심에 두기로 했다. 사후 관리에서도 지자체와 협의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에 예산을 지속해서 지원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바다숲은 해조류 생착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리고 부드러운 해조류는 성게 등의 주된 먹이가 된다. 이 때문에 해조류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성게와 일부 어류의 밀도를 낮춰야 한다. 바닷속에 들어가 직접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데 한계가 있다. 사업장 주변에 방어막을 치는 것도 방대한 규모 탓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해조류 성장을 방해하는 해양 생물들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 전문가, 민간 등과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수중 드론 활용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용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 생태복원실 과장은 “육상에 나무를 심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안정적으로 가꿔야 하는데 바다숲은 1년 조성, 3년 관리 후 지자체로 넘기는 과정에서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진다”며 “지자체 예산이 부족할 경우 관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과거 바다숲 사업은 수산 측면이나 생태계 회복을 중심으로 진행해 왔는데, 여기에 ‘탄소감축’이라는 큰 기능이 추가된 상황”이라며 “지난 10여 년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국민에게 바다숲 사업의 필요성이나 효과를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이 보내는 지지”라며 “국민이 바다숲의 탄소 감소 효과와 필요성을 인식하면 기업도 나서게 되고, 그러면 사업은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택 교수 또한 “해양수산부 차원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탄소중립에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 바로 바다숲인데 그걸 간과해 온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조언했다.


▲[탄소 먹는 하마③] “블루카본 성공하려면 ‘바다숲’ 효과 평가 급선무”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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