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률 20%…타은행 '절반'
"적극 홍보로 신청 많아져"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이자율을 깎아 달라는 고객 요청을 받아들인 비율이 일반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만 보면 인터넷은행이 금리 조정에 더 까다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형 은행보다 서비스 접근성이 좋아 신청이 훨씬 많은데 따른 착시효과로 풀이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인터넷은행의 편의성을 기존 시중은행들이 배워야 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곳의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은 20.5%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41.5%)의 절반 수준이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받은 사람이 취업, 승진 등 이유로 신용상태가 개선되면 금융사에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수용률은 신청건수 대비 수용한 건수의 비율로, 금융사가 대출금리를 낮춰달라는 고객의 요구를 얼만큼 받아들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 59.5% ▲우리은행 46.5% ▲KB국민은행 37.9% ▲하나은행 33.1% ▲신한은행 30.4% ▲케이뱅크 24.6% ▲카카오뱅크 19.0% ▲토스뱅크 17.9% 순이다.
인터넷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적극 홍보하고 신청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신청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중복 집계도 걸러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수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분모의 수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카카오뱅크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45만8890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 88만8619건의 51.6%를 차지한다. 인터넷은행 한곳이 전체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의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그다음 케이뱅크가 11만2523건, 토스뱅크가 6만4760건으로 각각 전체 신청 건수의 12.7%, 7.3%를 차지한다.
반면 5대 은행은 모두 합쳐 20만4927건으로 카카오뱅크의 절반도 못미치는 수치다. 신한은행이 13만1935건, 국민은행이 3만3649건, 우리은행이 1만8663건, 하나은행이 1만2146건, 농협은행이 8534건이다. 수용률이 8곳 중 가장 높았던 농협은행이 신청 건수가 가장 적었다.
인터넷은행의 신청 건수가 많은 이유는 대개 시중은행은 창구를 방문해 서류를 작성하는 등 신청 절차가 복잡한 반면 모바일과 온라인 등으로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어서다.
또 관련 홍보도 적극하고 있다. 대출받은 사람의 신용도 등이 변하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제안하는 알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토스뱅크는 수시로 신용점수가 변화한 차주들에게 금리인하요구권 알림서비스를 보내고, 카카오뱅크도 신용도 변화 수치를 반영해 분기별로 알림서비스를 보낸다.
반면 시중은행은 연 2회 알림 서비스를 하는 데 그친다. 이 역시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개선책을 내놓자 시작한 조치다. 다만 신한은행은 2020년부터 비대면 신청을 가능하게 하면서 신청 건수가 타사 대비 커졌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보다 규모가 더 큰 5대 은행도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인터넷은행처럼 나서서 적극 홍보하지 않아 수치에 차이가 난다"며 "이용자 수, 여수신 규모가 큰 은행이 더 나서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