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재건축 연합회 연대…집단행동 준비 예고
국토부, 민관합동 TF 개편 등 '민심 달래기' 진땀
"재건축 물꼬부터 터야" vs "새로운 도시모델 구축 필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놓고 정부와 주민들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연합회를 꾸리고 정부에 조속한 재건축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민관합동 TF를 개편하고 지자체·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재정비 관련 의견이 엇갈려 단기간 갈등이 봉합되긴 힘들어 보인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5개 지역 재건축연합회는 '1기 신도시 범 재건축연합회'(범재연)를 최근 공식 발족했다. 범재연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부세종청사 국토부를 차례로 찾아 재건축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약 8400명의 주민 서명서를 전달하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는 ▲30년 이상 건축물 안전진단 면제 ▲2024년 계획된 마스터플랜의 2023년 상반기 조기 수립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제정(신속한 인허가 및 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10월 중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촉구 결의대회도 계획 중이다.
범재연 관계자는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부터 시작해 대통령 공약도 있었고 지방선거에도 언급됐는데 8·16대책 당시 성의 없는 한 줄짜리 발표를 보고 주민들의 실망감이 상당했다"며 "이제는 무작정 정부 정책을 기다리기보다 공약한 바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적극적으로 챙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놓고 연일 주민 반발이 거세게 일자 국토부는 1기 신도시 민관합동 TF 전체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그간 민관합동 TF는 2개 분과(계획, 제도)로 구성하고 정부 공동팀장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이 맡았다. 하지만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는 정부 측 공동팀장을 제1차관으로 격상한단 방침이다.
또 신도시별 마스터플래너(MP)를 위촉하고 협력분과를 추가해 총 3개 분과로 TF를 확대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MP는 지자체·주민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마스터플랜에 반영하기 위해 TF에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마스터플랜 수립과 동시에 특별법 제정안 마련 등 제도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진다. 이후 8일에는 원희룡 장관이 성남(분당)·고양(일산)·안양(평촌)·부천(중동)·군포(산본)시장을 직접 만나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간 갈등 봉합은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단순 정비사업이 아닌 새로운 도시모델을 제시하는 과제라고 판단한다.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등을 고려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계획 및 기반시설 확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단 거다.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노후 신도시를 단지 중심이 아닌 광역적으로 재정비하는 최초의 시도"라며 "재정비 그림을 지자체와 주민들과 계속 소통하며 성과를 조기화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범재연 측은 1기 신도시 노후화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만큼 우선 사업성을 높여 가능한 곳부터 재건축의 물꼬를 터야 한단 입장이다.
범재연 관계자는 "시간끌기용 변명"이라며 "1기 신도시는 어느 한 시점에 계획해서 한꺼번에 만들어진 계획도시여서 어디든 할 수 있는 단지부터 재건축을 시작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폐하가 된다. 순차적으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우식 범재연 회장은 "신속하게 재건축 계획을 세우고 낡은 규제를 철폐하지 않으면 1기 신도시 전체가 동시 노후화 및 슬럼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공급을 확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