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선택, 재계 판도 바꿀까…이사회 중심 경영 확산 주목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3.24 14:06  수정 2026.03.24 14:07

구광모 회장, ㈜LG 의장직 사외이사에

전 계열사에 '사외이사 의장' 전면 도입

지배구조 변화 촉매…재계 확산 여부 촉각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1월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LG그룹이 지주사인 ㈜LG를 포함한 주요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체제로 전환한다. 이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추진해 온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한층 구체화하는 조치로, 국내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 회장 후임으로 사외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안건이 의결될 경우 구 회장은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는 의장과 경영진 간 이해 상충 가능성을 낮추고, 보다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선진 지배구조로 평가된다.


특히 대표이사는 사업 운영과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역할 분리가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보호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라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LG의 이번 결정은 '거수기 이사회'라는 오명을 벗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명 경영 시스템을 안착시키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LG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속속 마무리하고 있다. LG전자는 전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첫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으로 강수진 사외이사를 선임했으며, LG디스플레이 역시 서울대 경영학 교수인 오정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들어 잇달아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했고, LG이노텍은 2022년부터 해당 구조를 선제적으로 운영해 왔다. 나머지 상장 계열사들도 이달 내 전환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LG의 이번 결정이 국내 주요 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삼성물산·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스퀘어 등 일부 기업은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이날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LG화학 CTO 출신인 유진녕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전면 도입한 사례는 드물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총수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LG의 결정은 다른 대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2531곳 중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곳은 2176곳으로 전체의 86%에 달했다. 총수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도 169곳(6.7%)에 이른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LG그룹의 가세가 '사외이사 의장 시대'의 물꼬를 텄다"며 "ESG 경영 강화 흐름 속에서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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