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지역 영향권…내일까지 전국에 강풍·폭우
집중호우 변수, 추석 앞두고 또 다시 ‘큰 악재’
물가상승에 재난피해 겹쳐 매출 직격탄 우려
정부, 비상 대책 회의…“선제적 통제 등 실시”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역대급 강한 태풍 ‘힌남노’의 북상 소식으로 외식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기록적인 폭염·폭우에 의한 식재료 등 가격 상승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상황에서 재난피해까지 겹치면서 매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5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00-300㎜가량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풍 상륙 시 강풍반경(바람이 초속 15㎧ 이상으로 부는 구역)에 서울 등 수도권 북서부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이 포함된 상태다.
이번 태풍 ‘힌남노’는 과거 ‘루사’와 ‘매미’보다 큰 위력으로 알려져 전국적인 피해 우려가 크다. 힌남노를 먼저 맞은 일본의 경우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로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바람에 쓰러지거나 지붕이 날아가기도 했다.
초강력 태풍 북상 소식에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난달 80년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도권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역대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어서다.
외식업종사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폭우로 매장에 물이 밀려 들면서 식자재, 전자기기 등이 젖어 많게는 수천만원대 금전적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속출했다.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자영업자 역시 매출 타격으로 울상을 지었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0대)씨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연휴 때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까 반신반의 했는데 올해도 명절 대목은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며 “지난달 피해로 숨 고르기도 전에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밥상물가에 또 한번 비상…정부, 선제적 대응에 ‘총력’
특히 밥상물가에 또 한번 비상이 걸렸다. 기후 탓에 농작물 수급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시중에 공급되는 농작물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가뭄과 폭염, 폭우로 식자재 가격 급등세는 도미노처럼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과 다음 달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이 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물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은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동반 인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타격이 크다.
동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50대)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월세, 인건비 등이 전부 올라 자금 손실이 큰데 태풍으로 시설물 파손 까지 생겨 지난달 큰 비용을 부담했다”며 “비가 오는 날에는 배달팁이 곱절 이상 상승해 대책 마련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밥상 물가’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주부 강모(30대)씨는 “그동안 코로나19로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지 못해서 올 추석 때 온 가족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음식을 마련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선제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이 임박함에 따라 4일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1단계에서 바로 3단계로 격상하고 위기경보 수준은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어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전통시장, 상가 등의 침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배수로를 사전에 정비하고, 재난문자 등을 통해 기상정보와 국민행동요령을 수시로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배수 지원 등 민원 신청은 국번없이 110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알릴 것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추석 성수품 평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1일 진행된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배추는 정부비축 6000톤 등 총 8만3600톤을 시중에 투입할 예정이며, 무는 7만2000톤을 공급해 농산물 수급 안정 의지를 보였다.
또한 시중 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쿠폰도 추석 성수기 기준 최대인 65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휴가 끝난 뒤, 농산물 가격이 재차 치솟을 것으로 전망돼 그 전에 물가를 잡아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로 반짝 회복하던 매출이 코로나19 재확과 날씨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다”면서 “식재료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데도 제품 가격에 연동시키지 못하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수익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좀 더 포괄적이면서도 실효성이 높은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