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회, 지난 7월 출범 후 가동 2달만 종료
대위변제 관련 "정부 예산 사용 부적절 중론"
병존적 채무인수, 판결 이행시 새 기금 조직 신설 등 거론
"가능한 신속하게 해법도출…문제 방치할 수 없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구성된 민관협의회가 4차회의를 끝으로 종료됐다. 다만 외교부는 민관협의회 형식의 회의가 끝나더라도 피해자와 소송 대리인, 지원단체 등과 의사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오후 조현동 1차관 주재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4차 민간협의회 회의 후 취재진에게 "지난 7월 출범하고 두 달이 지났다. 한 달에 두 번꼴로 회의를 했다. 오늘 같은 형태는 그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비공개로 참석자 제한해서 하는 이런 형태는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4일 출범한 민간협의회의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총 4차례 걸쳐 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 등과 함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전범기업 재산 강제매각 판결을 미뤄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면서 피해자 측은 반발하며 3차 회의부터 불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분들, 소송대리인 및 지원단체와는 앞으로 의사소통을 계속할 것"이라며 "오늘과 같은 (협의회) 형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좀 더 외연을 넓힌 수렴 절차는 앞으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까지 논의된 것 위주로 강제징용 문제 관련 6가지 쟁점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졌다. 6가지 쟁점으로는 △피해자 측 지원단체 소송대리인들의 입장 △대법원 확정판결 이행에 대한 법적 문제 △이행 주체와 재원 관련 이슈 토의 △강제징용 피해 대상자 문제 협의 △일본의 사과 문제 △추가 조치 문제 등이다.
이 당국자는 "원고 피해자 측 입장은 여러 성명이나 면담 결과 3가지가 포인트"라며 "일본 기업의 배상과 사죄, 원고와 피고간 직접협상,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배상금을 먼저 지불하고 추후 일본에 청구하는 방안인 대위변제와 관련해 "참석자들 컨센서스(일치한 의견)중 하나는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행 주체와 재원 마련 관련해서 "이행 주체에는 정부, 신설하는 재단이나 조직, 기존 조직 활용 방법, 일본기업과 우리 기업, 기업 경제 단체 등이 있는데 중론은 정부가 국가 예산을 들여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병존적 채무인수' 등이 거론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피해자(채권자)분들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방안 중에 (일본 기업의) 채무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판결 이행 방안으로 논의됐다"며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도 제기됐는데 원래 채무자는 그대로 있고 제3자가 채무를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채권자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판결 이행시 새로운 기금 또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이미 설립돼 활동 중인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아울러 '강제동원 피해배상 범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당국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분들과 소송 계류 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형평성 차원에서 타당하지 않겠냐는 게 중론이었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의 '사과 문제'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게 사과"라면서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일본 기업의 사과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민관협의회 차원에서 사과의 주체와 수위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온 것으로도 전해진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해법 도출 시기와 관련해선 "가능한 신속하게 할 예정이다. 일본과 교섭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마냥 놔둘 수는 없다"며 "피해자분들의 노령화도 (있고)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또 "일측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는 즉답할 수 없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