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원재료 수입해
백신 자체 생산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주문한 가운데 권위주의 국가 간 연대 흐름이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대신 중국·러시아로부터 직접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나기 샤픽 전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평양사무소 보건담당관(Health Officer)은 12일(현지시각)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백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북한 보건체계를 연구해온 길버트 번햄 미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 교수도 북한이 중국·러시아로부터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샤픽 전 담당관은 "중국이 북한에 제일 적절하게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며 "중국은 북한 내 백신의 수송과 배분 등의 계획 뿐 아니라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설 수리·교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샤픽 전 담당관에 따르면, 북한은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으로부터 백신 저온 유통·보관에 필요한 장비와 운반 수단을 지원받았다. 지난 2004년에는 유럽연합(EU) 산하 '시민보호와 인도주의 지원기구(ECHO)' 지원을 통해 50개 지역에 태양열 기반 냉장고까지 설치했다.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만큼, 2~8℃ 정도의 보관 상태가 요구되는 중국산 백신 접종에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거란 관측이다.
샤픽 전 담당관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해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며 "북한의 많은 인력들은 백신 생산을 위한 의약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훈련을 받았다. 북한 사람들은 자체 생산한 의약품과 재료, 그리고 백신을 보유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샤픽 전 담당관은 북측이 코백스 대신 중국에서 백신을 들여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에 대해선 "정치적인 이유"라며 "국제기구는 중국과 달리 백신 전달 후 백신의 배분 과정까지 감시하고 관여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이 차별 없이, 공평하게 보급됐는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과정을 북한이 껄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샤픽 전 담당관은 "중국이 (백신) 수량을 충분히 맞춰줄 수 있는 반면 국제기구는 제한된 분량을 여러 번에 나눠서 공급할 것"이라며 "북한은 한 번에 다량의 백신을 전달받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사회는 북한에 공급할 물량이 충분히 확보돼있는 만큼, 북측 요청 시 백신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백스를 운영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대변인은 "북한에 제공할 충분한 양의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며 “코백스는 북한이 코로나 백신 도입을 위해 요청한다면 기꺼이 백신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