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이 XX들'이 국민 대변할 것"
김용민 "국회 욕설은 국민 욕한 것"
'외교참사' 피한 대신 '야당폄훼' 논란
순방 이후 對野관계 수습 방안 주목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우리 국회를 향했던 발언으로 밝혀지면서 '국회 이 XX들'의 주대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외교참사' 논란은 면했지만 '야당폄훼' 논란이 새롭게 불붙는 모양새다. 대통령실로서는 해명과 동시에 감내하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순방 이후 수습 방안이 주목된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23일 "윤석열 대통령께 '이 XX들' 중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이 XX들'이 얼마나 열심히 국민을 대변하는지 지켜보라"고 경고했다.
강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 나서 '비속어 논란'은 '외교참사'가 아니냐고 다그쳤던 당사자다. 당시 답변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게 어떻게 해서 (외교)참사가 될 수 있느냐"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과 권유가)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답했다. 야당에 대한 사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총리의 답변은 대통령실 해명과도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이날 뉴욕에서 윤 대통령이 참석했던 '글로벌펀드 재정공약' 행사는 범세계적인 감염병 퇴치를 위해 각국이 돈을 모으는 자리였다. 미국은 60억 달러, 독일은 20억 달러, 캐나다는 13억 달러, 일본은 10억8000만 달러, 프랑스는 3억 달러를 불렀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3년간 1억 달러를 출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 직후 60억 달러를 출자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1억 달러를 출자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48초간 환담을 나누면서 재정공약에 감사의 뜻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곁에 섰던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함께 듣고 통역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간의 민망함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기금 출연은 국회 승인이 필요하다. 출국하기 직전 영빈관 예산 878억 원도 민주당 반발에 황급히 거둬들였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문득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행사장 단상을 내려올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박 장관을 찾은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고 토로했다. 결국 "(우리) 국회에서 (민주당) 이 XX들이 (글로벌펀드 재정공약 1억 달러)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보기)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공식 해명이 늦어진 것은 해외 순방을 나가 우리 국회와 원내 다수당인 야당을 향해 비속어를 쓴 것도 엄연히 문제가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다가 외신 보도 등으로 문제가 비화되자 어쩔 수 없이 야당의 반발은 감내하기로 하고 해명을 한 게 아니겠느냐"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날 강선우 의원의 SNS에는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며 "대한민국 국회를 욕하신 것이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을 '이 XX들'이라고 하신 것이라면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국민을 욕되게 하신 것"이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민주당 다른 의원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예산국회를 앞두고 야당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로서는 순방 이후 어떤 식으로든 야당과의 관계를 풀어야할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재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나와 "대한민국 국회를 향해서 방송용으로도 못 쓰게 돼있는 '이 XX' 이렇게 말해도 되느냐"며 "아무리 외교라는 게 국내 정치의 반영이라고 표현을 하기는 하지만 해외까지 나가셔서 정말로 창피하고 정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평했다. 박주민 의원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야당을 욕한 것이다?"라며 "수준이 처참하다"고 개탄했다.
윤건영 의원은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나와 "집안에서도 아니고 집밖에 나가서 국회에 대해서 그런 비속어을 쓰면서 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자질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의 대형 사고"라며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야당에 욕설을 하다니요"라며 "그것은 국민을 향해 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탄희 의원은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격"이라며 "이 해명으로 도대체 뭐가 해명되는 것이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