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 직전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 대대적으로 약속
당시 宋 대표 "제도화 추진"…혁신위,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바람직' 평가했던 李, 대선 끝나니 위헌 소지 지적하며 "무리"
더불어민주당이 3·9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를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기득권 내려놓기 모습을 부각하고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대대적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를 약속해놓고 대선이 끝나니 이른바 뭉개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표는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와 관련해 위헌 소지를 지적하며 '출마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입장을 주변 인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앞둔 올해 초 "바람직하다"고 밝힌 기존 입장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이 대표의 입장 선회 배경엔 위헌 소지 외에도 단일대오 결속을 통해 자신의 '사법리스크' 돌파와 22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만큼, 굳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선을 거치면서 이재명계가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결속력이 그렇게 단단하지는 않다"며 "중진 의원들이 등을 돌리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당을 운영하기가 힘들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이라고 했다.
대선 전 당시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혁신위) 위원장으로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같은 선거구에서 직전 선거까지 3회 연속 당선된 사람은 같은 선거구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의 침해 가능성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어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도 설계를 다시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당 혁신위는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제한'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도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초청 토론회 참석 직후 "지역구를 옮겨서 정치 혁신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힘을 실었다.
송영길 당시 당대표도 1월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며 "'고인 물'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는 정치, 그래서 늘 혁신하고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도록 굳건한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1월 27일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제한 내용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지금까지의 다선 의원을 초선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부칙에 있어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도 꼼수라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 2월 2일 김동연 당시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CBS가 주관한 이 후보와의 양자 정책토론에서 부칙(이 법 시행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은 개정 규정에 따른 횟수 산정을 할 경우 최초 당선된 것으로 본다)을 거론하며 "죄송한 표현이지만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는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 다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바로 다음날(2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급을 포함한 즉시 적용에 대한 재발의를 할 것이다. 위헌 소지를 감수하고서라도 법안을 발의해야겠다는 혁신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고, 2월 4일 '꼼수 부칙'이 삭제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