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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서인국 "'늑대사냥' 보다 더 파격적인 얼굴 자신있다"


입력 2022.09.25 09:09 수정 2022.09.25 09:0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데뷔 후 첫 악역

배우 서인국이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늑대사냥'에서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죽여버리는 짐승 같은 인물 종두를 자신의 연기로 숨을 불어넣었다. '늑대사냥'은 개봉 전부터 높은 수위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호송하기 위한 임무를 받은 경찰들과 범죄자들이 프론티어 타이탄호 배에 오르며 시작되는 영화다. 이들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한 경찰과 바다 위 한 가운데서 배를 탈취해 도망가려는 범죄자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영화다. 그리고 초반부터 중반까지 영화의 갈등의 시발점과 정점을 달구는 임무를 서인국이 맡았다.


주로 멜로물에서 활약했던 서인국은 날카로운 눈빛과 온몸을 뒤덮은 타투 등으로 무장해 외적으로 큰 변화를 줬다. 종두는 거대한 목적을 위한 살인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는 길에 방해가 돼버린다면 가차 없이 총을 쏘고, 칼로 배어버린다. 서인국은 오히려 극단적인 악을 가지고 있는 종두가 다른 캐릭터들보다 신경 쓸게 많지 않아 편했다.


"저는 너무 만족스러워요. 촬영할 때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 종두라는 캐릭터는 그냥 악의 존재잖아요. 복잡한 감정이나 갈등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배를 가지겠다는 데 왜'라는 단순한 이 감정만 가지고 있잖아요. 종두의 악함이 되게 심플했죠. 다른 캐릭터 연기할 때 더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제가 삼백안이 어려서부터 콤플렉스라서 연기할 때 숨기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제가 가진 걸 편안하게 써보자 싶었죠. 걱정도 됐었는데 요즘은 삼백안도 매력으로 봐주시니까, 영화 보신 분들도 그런 잘 봐주신 것 같아요."


김홍선 감독은 '늑대사냥'의 시퀄과 프리퀄을 함께 기획했다. 이에 어느 정도 정해진 종두의 전사를 인지한 채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공감도, 이해도 쉽게 되지 않는 캐릭터다. 서인국은 동물 곰을 떠올리며 종두에게 접근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도 않고 인격체에 대한 존중 따위가 없는 캐릭터죠. 예를 들어 동물 곰이 사냥 이외의 불필요한 사냥감을 괴롭히는 면이 있다고 해요. 사냥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사냥, 괴롭힘이죠. 그런 곰 같은 면이 종두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목에는 비늘처럼 보이는 패턴 타투, 얼굴과 목에는 봉황을 비롯해 전신의 타투는 오랜 시간 회의 끝에 만들어진 디자인이다. 위압감을 줄 수 있으면서도 흔하지 않은 타투를 찾아야 했다.


"저는 안 보이는 곳에 작은 타투가 있는데 종두는 온몸을 휘감고 있으니 신선했어요. 감독님께서 가슴에는 무조건 타투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감독님, 타투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종두 타투를 만들어냈어요. 제가 봐도 참 묘하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려서 이 정도 타투는 15시간 걸렸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붙이는 작업으로 3시간 정도 걸렸네요."


서인국은 '늑대사냥'보다 더 파괴적인 역할도 할 의향이 있다. 노출, 표현 수위 등은 이야기에 필요하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종두를 연기하면서 즐거웠기 때문에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면 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요. 더 센 수위나 노출도요. 불필요한 장치라면 하지 않을 테지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요. 부담과 걱정, 겁도 나긴 하지만 직업이니까요."


서인국은 종두를 연기하기 위해 16kg를 증량했다. 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촬영을 끝낸 직후, 하루 운동 두 번과 일곱 끼 식단으로 84kg를 만들었다. 몸이 준비가 되니 연기에 몰입하기도 쉬웠다.


"어떤 상대를 마주쳤을 때 '내가 싸워서 지겠다, 이기겠다'이런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근육이 탄탄한 몸은 아니에요. 씨름선수 같은 몸이랄까요. 종두는 누구와 마주쳐도 상대를 작게 만들 수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운동을 하면서 살을 찌우기 위해 세 시간 마다 먹었어요. 데뷔한 이후 관리 차원의 식단은 해봤어도 이렇게 막 먹고 찌운 일은 없었거든요. 좋기는 했는데 세 시간 마다 먹는 걸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몸을 키웠는데 문신이 있다 보니 음영이 들어가 날렵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버스에서 첫 등장했을 때 팔뚝 보고 만족했습니다.(웃음)"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받아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했다. 서인국에게 배우로서 더 열심히 해나가야겠다는 생각과 영광으로 가득했던 순간이었다.


"새로운 경험이 이렇게 짜릿할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극장에서 1200명의 사람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보는데 참 기분이 좋고 묘하더라고요. 이 훌륭한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을 돌아봤을 때 뿌듯했어요."


'늑대사냥'은 최고 수위 표현을 선택하면서까지 잔혹한 장면들을 나열한다. 피와 살점이 나뒹구는 장면들이 끊이질 않고 등장한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표현 수위와 방법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상황. 김홍선 감독은 잔혹함을 통해 폭력의 끔찍함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밝혔다. 서인국도 김홍선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모습은 저희 영화에도 분명 있기는 해요. 종두도 그렇고 다른 알파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걸 전체적인 모습에서 본다면 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파괴하는 행동들이 모두 본인에게 돌아오잖아요. 누군가를 파괴한다는 건 자신을 파괴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2009년 엠넷 '슈퍼스타K1'로 데뷔 한 지 13년 째, 연기한지 10년째 되는 해다. 배우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무대 위 서인국을 본 지 오래다. 그는 올해나 내년 초 쯤 앨범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나올 수 있지만, 시간에 쫓겨 노래를 발표하고 싶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앨범도 내고 활발하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지금도 계속 작곡팀들과 음악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귀엽고 싶지 않았는데 자본주의적 귀여움을 보여드렸었죠. 이제는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앨범도,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기를 하면 할 수록 잘하고 싶은 욕심들이 생겨난다. 올해는 유독 해보지 않은 경험으로 배우 서인국으로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 순간들이 하나씩 모여 서인국의 연기 변곡점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작품을 해나가가면서 점점 욕심이 생겨요. 물론 많은 작품을 해오며 저만의 노하우가 생기면서 성장하는 것도 느껴요. 앞으로도 이런 강렬한 캐릭터를 또 연기해 보고 싶어요. 조금 더 디테일한 표현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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