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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㊹] ‘공로상’ 최불암, 하늘에 바친 트로피…‘수사반장’ 김상순·조경환·남성훈과 공동수상 자처


입력 2022.10.10 10:16 수정 2022.10.25 09:13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공로상' 배우 최불암 ⓒ이하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제공


“내가 한 드라마는 모두 옛날 드라마인데, ‘수사반장’은 50년이 넘은 것 같다. 오래된 역사의 유물로 공로상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떤 의미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라는 건 미래를 향한 뿌리 같은 것이다. 그 뿌리가 대가 되고 또 꽃이 되고, 열매가 되는 것처럼 선배가 있으니까 후배들도 이 자리에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후배들이)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사회 각층이 즐거운 가운데 두루두루 사랑받고 서로 사랑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1967년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한 배우 최불암이 공로상을 받았다. 지난 8일 경남 진주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3회 코리아드라마어워즈는 최불암의 55년 연기 인생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시상식 참석 배우와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배우 최불암이 무대에 오르기 전 그가 한 작품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 영상으로 흘렀다. 그 가운데는 1971년 시작해 18년 8개월 동안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수사반장’이 있었고, 1980년부터 만 22년을 매주 아침(때로 저녁) 우리를 찾아온 드라마 ‘전원일기’가 있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평안과 힐링을 준다며 ‘전원일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었고, ‘수사반장’은 어떻게 형사 박영한(최불암 분)이 수사반장 박영한이 되었는가를 그리는 ‘수사반장 1963’으로의 재탄생이 확정됐다.


‘수사반장’ 10년 전, 형사 박영한을 중심으로 한 프리퀄 이야기의 제작이 예고된 가운데 그 주역인 배우 최불암에게 주어진 공로상은 의미 깊다. 그리고 그가 남긴 수상 소감은 더욱 의미 깊다. 위에 적은 바대로, 반세기 이전부터 배우로서 살아온 대선배가 자신의 뒤를 따라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 속에서 배우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했다.


현재는 선배 연기자들을 뿌리 삼고 대 삼아 꽃인 이도 있고 벌써 열매를 맺은 이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너희들도 또 하나의 뿌리가 되어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선언. 그러하니 내 작품을 볼 국민을 마음에 품고 그분들을 즐겁게 하고 그분들께 사랑받으며 서로 사랑하라는 조언.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말씀, 연기철학이 녹아든 명언을 그 자리에 참석한 배우들은 들었다.


비단 배우들뿐이 아니라 최불암 선생의 말씀은 우리네 인생,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기에 대극장 안에는 감동이 퍼지며 일순간 공기가 파동으로 일렁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실로 멋진 수상 소감이었다. 그런데 배우 최불암은 한 가지를 보탰다. 그것은 배우로서의 겸손이었고, 인간으로서의 의리였다.


“이러한 상을 받을 때는 동지들을 생각합니다. 하늘에 계신 동지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습니다. 어이, 이 상 받아!”


최불암이 공동수상을 자처한 이들은 ‘수사반장’으로 동고동락하다 먼저 간 배우들, 남성훈(2002년 별세)-조경환(2012년 별세)-김상순(2015년 별세)이었다. 최불암은 과거에도 영광의 순간이면 그들을 떠올렸고, 그들이 받아야 할 박수까지 본인이 받는다고 여겼다. 하늘을 보듯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며, 트로피를 던져 마치 하늘의 후배 형사들에게 바치듯, 최불암은 목멘 소리로 ‘어이, 이 상 받어~’라고 말하며 트로피 든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함께 울컥하고 함께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대상' 배우 하정우 ⓒ

2022 코리아드라마어워즈에서는 배우 최불암과 관련해 진풍경이 더 있었다. ‘전원일기’ 양촌리 김인재 회장(최불암 분) 댁 맏아들 김용진(김용건 분), 그의 실제 장남 배우 하정우가 드라마 ‘수리남’의 강인구 역으로 대상을 받았다. 드라마와 현실이 오묘하게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또 하나. 김용건의 차남 김영훈과 오는 11월 6일 결혼하는 배우 황보라가 이날 여자 조연상을 받기에 앞서 최불암 선생의 대기실을 여러 번 오갔다는 후문이다. 데일리안의 취재에 따르면, 대선배 배우께 인사드리려는 도리이기도 했고, 얼굴 뵙고 청첩장을 드리고자 한 발걸음이었다. 일찌감치 도착한 황보라는 연락을 드려 도착시간을 확인하기보다는 오실 때까지 찾아뵈었다고 한다.


이날 배우 하정우는 대상 소감으로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감사를 표한 뒤 “드라마로 처음 상을 받는데 처음부터 엄청난 상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수리남’의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와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다시 재미있는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힘 있게 말했다.


'조연상' 배우 황보라 ⓒ

배우 황보라는 “올해는 축복 같은 일들이 가득한 해인 것 같아요. 그중 ‘키스 식스 센스’(장엄지 역)로 귀한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19년 동안 연기 생활을 했는데,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쭉 배우로 살아갈 수 있음에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올해 결혼하잖아요, 저의 반려자에게도 감사합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배우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 최불암의 말대로 과거의 선배가 있어 오늘의 후배가 있고, 선배를 뿌리 삼고 대로 기대어 후배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광경이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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