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CPI 전년比 8.1%↑ 예상
“美 연준 ‘피벗 조건’ 부합하지 않아”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지수 상승폭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정책전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만큼 CPI 결과에 따라 증시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지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인 9월 CPI가 전년동월과 비교해 8.1%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8.3%) 대비 0.2% 하락하지만 근원 CPI(Core CPI)는 6.3%에서 6.5%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월 CPI 발표가 다가오며 증시는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한 주간(10월 4~7일) 3.59%(2155.49→2232.84) 상승하며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11일 반락세다. 지수는 이날 정오 현재 전 거래일 대비 51.98포인트(2.33%) 하락한 2180.86을 기록 중이다.
CPI 컨센서스가 연준의 피벗 가능성을 낮추며 경계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피벗 조건’으로 ▲성장률 둔화 ▲고용약화 ▲인플레가 2%로 향하는 확고한 증거 등을 제시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고점통과(피크아웃)는 했다지만 목표치 2%로 가는 길은 아직 오리무중”이라며 “연준의 긴축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만한 뚜렷한 근거는 약하다”고 말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고 정책 실패에 대한 경계감으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CPI가 컨센서스를 넘어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전망이다. 8월 CPI는 당초 8.0% 인상이 예상됐으나 실제 결과는 컨센서스를 0.3%포인트 상회한 8.3%를 기록했다. 당시 충격으로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우하향했다.
최근 발표된 고용 지표도 연준의 피벗 가능성을 낮췄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6만3000명 증가해 전월(31만5000명)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시장 추정치(27만5000명)에도 밑돈 수치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적게 늘어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수준을 넘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미국 고용시장이 금융시장에 또 다시 충격을 줬다”며 “9월 고용지표는 연준으로 하여금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기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피벗 조건을 다 충족한 뒤에도 연준이 문제 없이 피벗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시장은 이 정도의 긴축을 견딜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낮은 피벗 가능성에도 지수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FOMC 회의가 개최되지 않는 만큼 11월 회의에 대한 전망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증시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 이벤트를 앞두고 이를 둘러싼 경계심리가 주 초반부터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겠지만 선제적인 포지션 변경 보다는 CPI지표를 확인한 후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