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기현 배제..."나·유·안, 출마 최선 선택지"
김기현, "나·유 당권도전 환영...安은 대권 나오지마"
'나·유·안' 싸잡아 비판한 洪...대권 사전 포석?
국민의힘 유력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김기현 의원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들의 당권 도전을 두고 설전을 펼쳤다. 아직 전당대회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서,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은근슬쩍 김 의원 편을 드는 모양새로 홍준표 대구시장도 가세했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위해 미주로 출국한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는 총선 승리를 위한 당내의 경쟁력 있는 선명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유승민, 나경원 두 분 모두 출마하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 전 의원은 개혁보수를 자처하고 계시고 나 전 의원은 전통보수를 지향하고 계신다. 저 안철수는 중도 확장성이 있다고 자부한다"며 "세 명의 출마로 국민과 당원들께 총선 승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일지를 묻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유 전 의원은 차기 당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중량감이 있다. 유 전 의원은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권주자급 인사다.
안 의원이 나·유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언급한 것은 전날 김기현 의원의 "차기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언급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유·나 전 의원과 자신을 '당내 경쟁력 있는', '상징성 있는 세 명의 후보'로 묶으면서 김 의원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의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숙제가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확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저도 보수층의 신뢰를 높여야하는 숙제가 있다"고도 했다.
안 의원의 이같은 메시지에 김 의원은 곧바로 반응했다. 김 의원 역시 나·유 전 의원의 당권도전을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전날에 이어 안 의원 대선 불출마 선언을 종용했다. 안 의원이 '대권'이라는 개인적 욕심 때문에 당권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갖고 계신 역량 있는 후보들의 한판승부를 통해 우리 당을 보다 건강하고 활력있는 정당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며 "저도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역동성을 통한 정반합을 이루어나가는 변증법적 발전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총선승리라는 지상목표를 공유하고 계신 안철수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도 기대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는 "새롭게 출범할 차기 지도부의 지상과제는 단연코 총선승리이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런만큼 차기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안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선가도에 유리한 당내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불공정하고 무리한 조치를 할 가능성 때문에 당내 통합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 의원 역시 나·유 전 의원의 당권도전을 긍정하면서, 안 의원만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이다.
나·유 전 의원의 당권도전을 비난하는 이는 따로 있었다. 바로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는 나·유 전 의원 뿐 아니라 안 의원까지 묶어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다.
홍 시장은 "배신 경력 있는 사람은 가라. 이미지 정치인은 더 이상 나오지 마라. 소신 없는 수양버들은 가라"고 썼다. 각각 유 전 의원, 나 전 의원, 안 의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이미지 정치의 결말이 어떠했나. 바람앞에 수양버들 같은 흐물거리는 리더쉽으로 어떻게 독하디 독한 이재명 야당을 돌파하러 하는가. 더이상 이미지 정치에 매몰된 사람이 당을 맡아서는 곤란 하다"며 "악역도 마다 않고, 배신도 안 하고, 강력한 리더쉽도 있는 제대로 된 당 대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홍 시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권 가도와 관련해 당권 구도를 살펴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일찌감치 대권 불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안 의원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이며, 유 전 의원은 앙숙관계인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을 연일 비판하고 있기에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을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대권을 꿈꾸는 홍 시장이,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미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