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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그인] 환경부 자원순환국 “컵 보증금제, 일회용 정책 전환점 될 것”


입력 2022.10.17 06:30 수정 2022.10.17 06: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일회용 컵 보증금제 ‘선도사업’ 형태 추진

6월 이어 사업 축소에 비판 여론 높아

환경부 “소상공인 위한 불가피한 선택”

제도 안착으로 탈(脫) 플라스틱 목표

경남 양산시 낙동강변 자전거도로에 소비자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쌓여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인가 환경을 보호·보전해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한 명제가 됐다. 개인이나 단체 차원을 넘어 국가, 나아가 인류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대기오염과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국경 없이 퍼지는 미세먼지는 인류에게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알갱이로 분화한 플라스틱은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 체내에 쌓이고 있다.


대기오염과 플라스틱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문명의 폐해다.


문제는 인류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라 단순히 문명의 폐해라고 묵과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세계 선진국에서 산업(경제) 발전보다 환경을 우선 가치로 두고 돌파구를 찾는 이유다.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계 최초 시도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음료를 판매할 때 쓰는 일회용 컵에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해준다.


애초 전국 100곳 이상 사업자를 가진 대형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6월 10일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컵 환급 문제와 소상공인 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오는 12월 2일로 시행을 미뤘다.


이런 제도가 사실상 다시 미뤄졌다.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킨 이후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쳤음에도 한 차례 시행 연기, 한 차례 사업 축소가 이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업을 총괄 담당하는 환경부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내놓았다. 제도가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원순환국은 제도가 애초 계획했던 것과 달라진 점을 인정하고 이와 관련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ㅏ. 다만 현 상황에서 제도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소상공인이 받을 부담 때문에 선도사업 형태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컵 규격이나 사용 등을 비롯한 대부분 자재를 본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계약하기 때문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판매 매장, 즉 소상공인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선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회의 소속 회원들이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

“소상공인 위해 제도 보완 불가피…선도사업 성공이 중요”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법이나 제도상으로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사업 대상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닌 가맹점들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영세한 가맹점들로서는 보증금제 시행에 따르는 돈과 시간, 인적 부담을 모두 떠안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게 ‘선도사업’ 형태다. 선도사업을 통해 가맹점들이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과 인력, 시간, 장소 등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한다. 더불어 고객(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제도 성패를 가르는 만큼 소비자에 대한 유인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 해명은 제도 연기·축소에 대한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일회용 컵 사용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환경부를 질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은 10억 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회수된 컵은 약 1억8900만 개(18.8%) 정도다. 주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만 대상으로 한 결과다. 중소형 매장과 일반 식당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수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해 10억 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는 말은 젖먹이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 1년에 적어도 20개 이상 쓴다는 뜻이다. 그만큼 일회용 컵을 습관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습관이라는 건 고치기 어렵다. 고치기 어려운 걸 바꾸려 하니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장에서 추가되는 비용과 노동력이 문제다. 일회용 컵을 회수하는 데 필요한 인식표(라벨)를 누군가는 붙여야 한다. 반납한 컵을 씻고 정리하는 것도 시간과 인력을 소모한다. 컵을 반납할 공간도 필요하다. 보증금 받고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도 소상공인 입장에선 부담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편하다. 음료값 외에 300원이라는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컵을 반납하지 않으면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다 쓴 일회용 컵을 반납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것도 번거롭다.


환경부는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등과 자율협약을 맺고 일회용 컵 사용 줄이기에 나선 적 있다. 그해 8월부터는 지자체와 함께 단속에 나서 매장 내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사업주에게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제도 시행 후 현장에서는 혼란이 극심했다. 커피전문점 사업주와 종사자, 고객이 부딪혔다. 구직·구인기업인 알바몬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 일회용 컵 사용 규제 이후 일이 힘들어졌다고 응답한 경우가 87.2%에 달했다. 설거지 등 일거리가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도 53.6%였다. 나아가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인 경우가 있다는 응답도 33.6%나 됐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정책은 자리를 잡는 듯했다. 소비자가 일회용 컵 사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비를 줄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방해꾼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소비자들은 ‘위생’을 이유로 다시 일회용 컵을 요구했다. 환경부도 불가피하게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정책을 중단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제도가 세계적 전염병에 가로막혔다.


이런 경험 탓에 환경부도 이번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애착이 크다. 정선화 환경부는 “선도사업을 하면서 그런(매장과 소비자의) 부담을 우리가 지원하면서 제도 참여가 부담이 아닌 혜택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는 선도사업 대상지 매장들이 이러한 보완장치로 제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선도사업 시행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최초 사업…시행착오 넘어 시스템으로 완성할 것”
[인터뷰]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세계에서 최초로 도입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잘 정착하면 다른 일회용품 관련 정책들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의 높은 환경 의식을 바탕으로 생활에서 실천하는 데 불편함 없도록 시스템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이번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면서 속앓이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제도가 애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후 사정을 속속들이 알리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다.


정 국장은 “언론과 여론의 비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다만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그래서 선도사업 형태로 진행하게 됐다는 점도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사업이 순조롭지 못한 만큼 선도사업에서 제도 안착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행법상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되는 부분을 정부 지원으로 보충하는 게 우선이고, 다음으로 재활용을 넘어 일회용 컵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게 최종 목표다.


정 국장은 “법과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지원해 보완하는 게 중요하고, 재활용에만 초점 맞춰진 것을 텀블러(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혜택(인센티브)을 더해 (일회용 컵 사용) 감량으로 연계성을 대폭 강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선도사업 형태로 진행하면서 환경단체에서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제주도 경우도 적용대상 업체가 전체 음료 전문점의 12%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환경부로서는 피할 수 없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선도사업 성공이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내달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제한된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성공은 탈(脫) 플라스틱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 국장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이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기본적으로 국민 생활 가까이 있는 부문이라 대체재가 존재해도 개인마다 선호도가 달라서 제도 안착이 어렵다”며 “그나마 소비자 의식, 친환경 의식이 많이 높아진 만큼 국가적 캠페인 등을 통해 열심히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국민광고를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40초 분량 TV 광고와 온라인용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 채널을 통해 일상 속 플라스틱 줄이기 강조할 계획이다.


정 국장은 “국민의 높은 환경 의식이 생활에서도 잘 실천될 수 있도록 우리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하고, 특히 국민이 쉽게 그것을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선도사업으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법률 디자인을 설계하고, 시스템으로 일회용품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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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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