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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백신 설명서③] '파티는 끝났다' 유동성 공포 그림자


입력 2022.11.02 06:00 수정 2022.11.02 06: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금리상승에 자금시장 경색 가중

채권시장 찬바람에 은행 기업대출↑

“대출금리 고공행진, 부실 대비해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 연합뉴스

금융위기론과 함께 뱅크런이란 유령이 다시 맴돌기 시작했다. 내 돈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은행을 향할 때 자본주의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물리학 운동법칙을 정립한 아이작 뉴턴도 투자 실패를 맛본 뒤 "별들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 온 아픈 경험은 앞으로의 위기를 이겨낼 원동력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불확실성이 뱅크런으로 번지도록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팬데믹 이후 금융 불안의 현주소를 점검해보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백신을 찾아본다.<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이어온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그로부터 1년 후 기준금리는 0.5%에서 3%로 2.5%포인트(p)가 올라갔다. 문젠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옥죄었음에도,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금리역전이 발생하며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고물가, 고환율에 최근 유동성까지 고갈되며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7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 금리인상에 ‘레고랜드’ 사태 덮쳐

최근의 유동성 위기는 글로벌 ‘킹달러’ 현상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에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가중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속 금리인상 기조로 자금 조달이 과거보다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여파로 시장 신뢰가 깨지며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우량 회사채 시장이 자금 조달에 직격탄을 맞았고, 은행채의 대규모 발행까지 계속 이어지자 여타 신용채권 수요를 위축시키는 구축(驅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결국 금융당국이 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한은까지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6조원 규모의 RP매입을 통한 한시적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번 RP매입은 91일물 이내로 주로 14일물을 활용한다. 입찰 최저 금리는 준거금리에 10~20베이시스포인트 (bp·1bp=0.01%p)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한다. 대형증권사가 중소형 증권사와 경쟁할 필요 없이 한은으로부터 담보증권을 맡기고 단기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는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기 위한 유동성조절 차원의 시장안정화 조치로서, 통화정책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은 급한 불은 끄며 시장 심리를 달랬다는 평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레고랜드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기 위한 관리가 중요하고, 신용 보강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한은의 이번 대책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가면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분석했다.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 돈줄 마른 기업들 은행으로...

다만 한은의 추가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며, 자본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말 기준 은행권 수신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36조4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에만 32조5000억원이 몰렸는데 이는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12조4000억원 줄었다.


은행으로 돈이 빠져나가며 회사채 발행 규모도 급격히 감소했다. 회사채는 올해 상반기까지 매월 7조~8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 7월 6조원대, 8월과 9월에는 5조원대까지 하락했다. 9월 기준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3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줄어든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발 여파가 우량 회사채로까지 불똥이 튀며, 신용도 우량등급(AA급)인 기업들의 회사채가 발행에 실패하며 외면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최근 한 달간 대출이 9조원 가량 늘었다. 증가폭은 2021년 9월(23조9264억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9월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94조8990억원이다. 같은 기간 은행권 기업대출잔액은 1155조5000억원 규모다. 기업대출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7% 돌파를 앞둔 대출금리에 기업대출 부실 우려마저 거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측은 기업대출 부실징후를 언급하며 "최근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가운데 또 다른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며 "유사시 기업 유동성을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뱅크런 백신 설명서④]에서 이어집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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