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SCM 개최
美 "北, 핵사용시 정권종말"
전술핵 재배치에는 선그어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핵사용을 가정한 연례 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법을 제정한 데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각종 미사일까지 연거푸 쏘아 올리자 한미가 '대비책'을 구체화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를 개최했다.
SCM은 지난 1968년 시작된 한미 국방장관 간 연례회의체로 한반도 안보 등 양국 국방 현안을 두루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각종 도발을 일삼으며 역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개최돼 구체적 대북 억제력 강화 방안에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양국 장관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을 내년까지 개정키로 했다. 특히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 수단 연습(DSC TTX)을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3축 체계' 강화 입장을 피력해온 데다 미국이 '북한 핵사용시 김정은정권 종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 제거작전, 이른바 '참수작전'을 심화·발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오스틴 장관은 SCM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김정은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미 국방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공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NPR을 통해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및 파트너 국가에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장관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 행위에 맞서는 조치들을 확대하며,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간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양 장관이 확장억제 강화에 무게를 실은 만큼,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SCM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대해 변함이 없다"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北미사일 위협 관련해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 신설
인·태 및 국제사회 협력 증진 강화
이번 SCM에선 중국이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내용도 논의됐다.
양국 장관은 북한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한미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를 신설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 공동연구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등 동맹의 미사일 대응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 위협을 상정한 조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 가운데 하나인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엮일 수 있어 중국이 불쾌감을 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두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관련해 "한미동맹이 인태 지역의 안보, 안정 및 번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인태 지역 및 국제사회에서 국방 및 안보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동맹의 역할을 한반도 너머로 확대하려는 미국 측 입장에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