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관용차 사적 유용' 의혹…수서경찰서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中

법조계 "최 회장 업무 시간에 98XX 이용했는데…동시간대 80XX나 88XX 이용 내역? 업무상 배임"

"업무 시간에 주거지 주차 비공식 관용차 사용했다면 가족 가능성…경찰수사 가족으로 확대될 듯"

"최 회장 포스코로부터 특별한 혜택 받았다면…포스코 임직원들도 업무상 배임죄 적용 가능성"

업무상 배임 혐의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배임 혐의 보다 "탈세가 더 중요" 분석도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지난달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포항제철소의 태풍 피해 관련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공식적인 관용차 외에 또 다른 회사차를 배정받아 가족 등과 함께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현재 서울 수서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이 이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이 해당 차량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최 회장의 가족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 회장이 결백하다면 아파트 차량 출입기록 등 차량 사용과 관계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수서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은 최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다. 지난 2일 수사팀은 임종백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집행위원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대위는 지난달 17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최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 배당됐다가 경찰에 넘어갔다. 경찰은 CCTV영상 등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공식 관용차로 최고급 리무진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를 제공받았다. 차 번호는 '98XX'다. 지난 7월 구형 모델에서 2022년형 모델로 교체했다. 최 회장의 운전기사는 이 차량에 최 회장을 태우고 서울 삼성동 포스코 센터로 출근한 다음 퇴근길에 최 회장을 다시 자택에 내려준 뒤 퇴근한다.

그런데 최 회장 자택인 서울 송파구 L아파트 주차장에는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캐피탈을 통해 리스한 또 다른 '제네시스 G90'이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차 번호는 '88XX'다. 즉, 최 회장의 자택에는 차 번호가 98XX인 공식 관용차와 88XX인 또 다른 관용차 2대가 나란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2018년 7월 취임한 최 회장은 2019년 2월부터 공식 관용차 외에 80XX 번호를 쓰는 리스 차량도 비공식 관용차로 제공받았다고 한다. 80XX와 88XX는 48개월 이용 계약을 맺었다. 월 납입료는 182만원이고 보험료는 별도다. 리스사는 현대캐피탈이다. 최 회장이 예비용 관용차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2019년 2월부터 올 10월까지 44개월 동안 리스료를 계산하면 8008만원이다. 선수금이나 보험료를 합산할 시 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임원 복지 차원에서 관용차 2대를 제공했고, 한 대는 최 회장이 정규 근무시간 외의 업무에 쓰는 예비용 관용차"라며 "비상시에 최 회장은 기사를 배려해 직접 운전하기 때문에 배치한 것이고, 차체가 긴 리무진이라 운전하기 불편한 98XX 차량 대신 일반 차량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 측은 또한 가족들도 관용차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가족들은 각자 개인 차를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또 다른 회사차인 88XX는 언론들의 취재가 시작되고 갑자기 주차장에서 사라진 상태이다.

경찰청.ⓒ데일리안 DB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차량 사용과 관계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차량 출입기록과 하이패스 사용 내역 등이다.

김기윤 변호사는 "최 회장의 정규 업무 시간에 두 차의 이용 기록이 겹친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최 회장은 정규 업무 시간에는 98XX 차량을 이용하는데, 동시간대에 80XX나 88XX 차량의 이용 내역이 있다면, 이것은 명백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량이 언제 나가고 들어오는지 출입 기록이 저장되는 아파트들이 있다. 최 회장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우도 이런 기록이 저장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록을 공개해서 의혹을 소명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최 회장의 업무 시간에 그의 주거지에 주차됐던 비공식 관용차를 사용한 사람이 있다면 가족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최 회장의 가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도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잘라 말하고 "포스코가 최 회장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은 포스코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포스코 임직원들도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사용한 제네시스 리스 차량은 법인세 감면 혜택이 있어 탈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예림 변호사는 "사실 배임 혐의보다 더 중요한 게 탈세 부분"이라며 "비용 처리라는 것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비용이나 업무를 하는 동안 사용한 비용을 처리할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최 회장에게 탈세 혐의가 적용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