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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 기다린다더니…'라임 제재' 말 바꾼 금융위


입력 2022.11.11 09:59 수정 2022.11.11 15:3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년 반 넘게 끌던 손태승 회장 징계

대법원 항소 중 돌연 확정 의문부호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현관 전경.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한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소송에서 사법부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며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오다가, 금융감독원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항소에 나선 와중 돌연 제재를 강행하면서다.


정치권의 압박을 받은 금융위가 손 회장의 연임을 막은 후 낙하산 인사를 투하하기 위한 길을 열어준 셈이란 금융권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을 상대로 한 문책경고 제재를 최종 의결했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이 해당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적용했던 중징계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동안 금융위가 금감원으로부터 손 회장에 대한 제재 요청을 받고도 1년 반이 넘도록 판단을 미뤄 온 이유는 사법적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펀드 손실을 이유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중징계를 내리는 건 무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면서다.


실제로 손 회장은 2020년에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제재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손 회장은 DLF 징계 불복 행정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3월 금융위는 부실 펀드와 관련한 CEO 징계는 유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입장 등을 추가 검토한 후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은 제재를 신속히 의결하되, 논란이 된 임직원 대상 지배구조법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항은 재판 결과 법리 검토와 안건 간 비교 심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융위가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 확정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 회장이 DLF 관련 2심 판결에서도 승소한 데 대해 지난 8월 금감원이 대법원 상고를 결정하면서다. 금감원이 이를 통해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금융위의 징계 확정은 사실상 대법원 판결 후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런데 금융위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자 금융권에서는 정치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빠르게 번졌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CEO에 앉히던 과거의 관치 금융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특히 금융위의 결정이 공교롭게도 손 회장의 임기 만료 직전에 나왔다는 점은 이런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3년 간 신규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손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현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게 된다.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나오기 직전 금융당국 수장이 정치권으로부터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기류는 더 묘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간담회 이후 손 회장의 제재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지적이 되고 있어 미뤄둘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당장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튀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정하겠다고 심사를 1년 넘게 미뤄왔으나 갑자기 제재를 논의했다"며 "관치 인사의 우리금융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송에 따른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1년 6개월이 넘도록 제재 확정을 미뤄오다가 회장 교체시기에 판단을 내린 현실은 외풍 의심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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