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P↑ 유력…6회 연속 인상
위원 6명 중 4명 속도 조절에 무게
내년 경제성장률 1%대로 낮출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한다.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속 이번에는 조정폭을 0.25%포인트(p)만 가져가는 베이비스텝이 점쳐진다. 당초 0.5%p를 올리는 빅스텝이 예상됐으나 원·달러 환율의 진정세와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21일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점치는 가운데 내년 물가・성장 전망에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속도 조절에 따라, 한은도 지난 달과 같은 ‘베이비스텝’ 단행이 예상된다”며 “연말 금리 수준은 3.25%로 마무리되겠으나, 최종금리 수준은 3.7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언급하며 “한은의 추가 빅스텝 명분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6.66원까지 올랐으나 이달 들어 1340원대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 연준이 내달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 대신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이 커지면서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7.7%,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0%로 각각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것이 긍정적 시그널로 풀이되고 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일부 위원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금융안정’을 이유로 베이비스텝을 시사하고 나섰다. 레고랜드로 불거진 자금시장 경색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찬성표를 보탠 박기영 금통위원은 “지금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속도 조절에 힘을 실었으며, 서영경 금통위원도 “긴축의 폭과 속도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조윤제 위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비스텝이 만장일치로 결정될지도 시장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은 다음번 금통위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빅스텝, 2명은 베이비스텝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5회 연속 금리인상 기조 속 10월을 제외하고 모두 만장일치가 나왔다.
베이비스텝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위원 간 의견이 갈린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치가 5% 이상인만큼, 베이비스텝 단행 시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 의견이 3:3으로 갈리면 결국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총재로써도 부담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금리가 동결되면, 합의체 의결기구인 금통위가 사전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되는 수정 경제전망도 초미의 관심사다. 내년 물가 및 성장 전망치에 따라 한은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한은 최종 기준금리는 3.25~3.75% 수준이다.
앞서 한은은 8월 내년 물가상승률을 3.7%, 경제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그러나 내년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총재도 10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서 “내년 성장률은 8월 전망치(2.1%)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내외 경제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8%, 한국개발연구원 1.8%, 한국금융연구원 1.7%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