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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선사업은 언제 좋아지는데요? [오수진의 오지랖]


입력 2022.11.28 07:00 수정 2022.11.28 07:0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2008년부터 오랜 침체 겪었던 韓 조선산업, 본격 '슈퍼사이클' 진입

2020년 하반기부터 선박 발주 증가 시작해 지난해 증가율 109% 기록

'인력난', '글로벌 해운 운임 하락세' 등 우려는 여전하지만 긍정적 전망 우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왼쪽부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각사

"그래서 조선산업은 언제 좋아지는데요?"


조선업계를 출입하면서 가장 지겹게 나오던 소리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 조선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까지 이런 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보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상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조선업계가 2년 전쯤부터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단 얘기가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다들 체감을 못해 이런 소리가 나오곤 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동안의 실적은 이 같은 희망적인 소식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선산업이 본격적으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당당히 말해도 될 것 같다. 물론 흑자전환 된 곳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뿐이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그렇지만 일감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니 내년에는 양사도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윗 세대들이 지겹게 말한 '라떼의 조선 호황기'를 2030도 맛보게 된 시점에 조선업계의 영욕이 뒤섞인 과거를 되짚어보는 차원에서 조선산업 타임라인을 정리해봤다.


지금은 젊은 세대들에게 다소 생소한 분야가 된 조선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산업 등과 같이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수출을 견인해 왔다.


처음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 조선업자들에 의해서 시작됐다. 일본의 조선업자들은 1910년 일제 강점기 시기부터는 부산, 인천, 청진, 목포, 진남포, 충무, 원산 등 전국 주요 항구에 걸쳐 본격적으로 한국의 조선업을 영위했다. 광복이 돼서야 일본 소유의 조선소들을 인수하며, 비로소 우리나라의 조선업을 국가가 직접 성장시킬 수 있었다.


광복 후 경제적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출발점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모든 기자재를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운과 수산업의 부진으로 소량의 수리 공사도 대금 결제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대부분 업체들은 경영난에 봉착했으며, 종사하고 있던 기술자들도 점차 조선업계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을 거치면서 군수물자와 원조물자의 공급을 위해 선박 수요가 증대되면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산업이 다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에 들어서는 정부의 강력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장려됐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기존 강력한 경쟁자였던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조선강국 자리에 올랐다.


2003년 이후에는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 3개 부문 시장점유율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그렇게 초기 조선업 강자였던 영국에서부터 1970년대 일본 그리고 2000년에 들어서는 한국으로 조선업의 주도권이 넘어갔다.


기존 상식을 벗어난 새로운 조선공법을 만들어내는 등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은 크게 앞섰다. 현대중공업은 ‘육상 건조 공법’을, 삼성중공업은 ‘플로팅 도크 공법’을, 한진중공업은 ‘댐 공법’을 만드는 등 만든 블록을 도크 안에서 블록을 조립 한 뒤 바닷물을 넣어 배를 띄우는 방식이었던 기존 틀을 깨버렸다.


당시 조선업계에 ‘수출 효자 종목’이라는 말까지 붙었다. 2007년 5월을 기준으로 조선업은 수출실적 49억 달러를 기록하며 자동차(33억 달러), 반도체(30억 달러)를 크게 앞섰다. 당시 전 세계에서 만든 배 10척중 4척은 한국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유례없던 호황기를 맞으면서 중소 조선사들도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다.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경상남도 울산과 거제시는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지역이 됐으며, 국내 사람들부터 시작해 외국인까지 이 곳으로 몰렸다.


조선업계 근무자들은 자부심이 가득해 울산과 거제시의 시내는 작업복의 색인 회색으로 물들여졌으며 소개팅 자리마저 회사 작업복을 입고 나갈 정도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조선산업이 오랜 침체기에 갇힌 것은 2008년부터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닥치면서, 중소 기업들은 모두 망하고 탄탄했던 대기업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까지 큰 타격이 미쳤다.


이 충격을 메꾸기 위해 조선업계는 준비도 되지 않은 채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이는 위기로 향하는 지름길이었다. 지금도 해양 플랜트 분야에 섣불리 진입한 것이 조선업 위기의 최대 원인이라고 꼽힌다.


양승훈 교수는 2019년 발간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석유를 캐는 구조물로 수요가 유가 급등의 여파로 상승했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유가폭등 가능성이 낮아져 그 수요 역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실제 2014년 유가가 폭락하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2015년에는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과 7차례나 조선업계 지원 정책을 발표하는 등 지원을 나섰다. 조선업계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발생했으며 불이 꺼지지 않던 도시 울산은 2017년 8월 말 49833명에서 2017년 말에는 48355명으로 1528명이 감소하고 거제시는 2017년 8월 말 81651명에서 2017년 말에는 75825명으로 5826명이 감소했다.


이렇게 2020년까지 긴 불황에 시달리고 2021년부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신규 선박 발주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세계 발주량 증가율은 연평균 1997~2007년 21.8%, 2008~2020년 10.6%에서 지난해 109%까지 상승했다.


물론 조선산업의 앞에 찬란한 미래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인력난, 글로벌 해운 운임 하락세 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장기 침체기를 벗어나 어렵게 다시 기회를 잡은 만큼, 과거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당면 과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순탄하게 호황기에 진입할 수 있길 기원한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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