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강호 우루과이 상대 맞춤형 전술 호평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경고 받는 등 승부욕 발휘
나상호 선발·이강인 교체 카드 용병술 적중
축구대표팀이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면서 다시 한 번 파울루 벤투 감독의 역량이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두 번 만나 모두 패했던 한국은 아쉽게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귀중한 첫 승점을 따내며 16강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선수 누구에게나 월드컵은 간절한 무대지만 이는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은 경기 내내 열정적인 액션으로 태극전사들을 독려했다. 특히 평소와는 다르게 이날은 감정 표출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날 주심으로 나선 클레망 튀르팽 심판은 선수들의 반칙에 관대한 편이었는데 벤투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등이 거친 파울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마다 불 같이 화를 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한국의 역습 과정에서 조규성(전북)과 손흥민이 모두 우루과이 수비의 방해를 받아 넘어졌는데도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았다. 이에 벤투 감독도 참았던 화를 폭발했고, 이례적으로 주심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또한 우루과이전에서는 벤투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엿보이기도 했다.
황희찬(울버햄튼)의 부상 공백은 수비 가담 능력이 좋은 나상호(FC서울)로, 주전이 확실치 않았던 오른쪽 풀백 자리는 김문환(전북)을 낙점해 대성공을 거뒀다.
나상호와 김문환은 월드컵 첫 출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한국의 선전을 견인했다. 특히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우루과이의 공격수 다윈 누녜스(리버풀)을 경기 내내 괴롭히는데 성공했다.
이강인(마요르카)의 깜짝 투입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날 이강인은 0-0으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 29분 나상호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으며 성인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벤투 감독은 흐름이 우루과이 쪽으로 넘어가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3장의 교체카드를 한꺼번에 활용했는데 이 중 이강인도 있었다.
지난해 3월 한일전 이후 무려 1년 8개월 동안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았던 벤투 감독은 허를 찌르는 용병술로 경기 후반 분위기를 다시 한국 쪽으로 끌고 왔다.
그는 이강인 기용에 대해 “스피드,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능력이 좋기 때문”이라며 투입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기용으로 자신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월드컵 전까지 플랜A에 대한 고집과 획일화된 라인업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던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를 대비한 맞춤 전술로 호평을 받으며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벤투 감독의 지휘 속에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자신감을 얻은 대표팀은 다가오는 가나전에 대한 기대감, 더 나아가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까지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