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주장 믿을만하지만 정부 입장 거부할 수 없어"
"왕세자 사우디 총리 임명에 받게 되는 법적 보호"
카슈끄지 약혼녀·인권단체 반발 "美 정부가 면죄부 준 것"
미국 연방법원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관련 소송을 기각했다.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존 D.베이츠 판사는 6일(현지시간) 행정부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카슈끄지의 약혼녀와 인권단체 등이 낸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기각했다.
베이츠 연방판사는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살해 지시를 내렸다는 원고 측 주장은 신뢰할 만하지만 면책특권을 요청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총리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받게되는 법적보호라고 부연했다.
그는 "살인과 관련한 주장들과 빈 살만이 총리로 임명된 시점 등에 대해 불편함이 남아있지만 이 사건은 (면책특권으로 인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측근들이 이번 기각 결정으로 미국과 다른 관할 지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국왕에 의해 지난 9월27일 총리(장관회의 의장)로 임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달 17일에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특원을 인정하는 공식 문서를 법원에 보냈다. 이는 카슈끄지 약혼녀가 빈 살만 왕세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으로 미 국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알려졌다.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2일 혼인신고를 위해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다. 약혼녀 젠기즈는 왕세자 등을 상대로 정신적·금전적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2020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미 정보당국은 카슈끄지가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다는 점에서 왕세자와 사우디 정부를 '암살 배후'로 지목해왔다.
카슈끄지 약혼녀와 인권단체 등은 미국 정부가 면책을 인정한 것이 카슈끄지 살인을 묵인하고 빈 살만 왕세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부터 바이든 대통령까지 카슈끄지의 살인에 대한 면책에 기여했다"며 "언론의 자유와 인권은 반복해서 배신당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