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8년 8월 17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식한 '빌드업(Build-up) 축구'가 빛을 발한 것이다. 비록 태극전사의 여정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 8강 문턱에서 멈췄지만, 선수들이 건물을 쌓듯 수비에서 공격까지 차근차근 움직이며 적진으로 나아가는 빌드업 전략을 앞세워 우루과이·포르투갈·브라질 등 강팀의 골망을 흔든 것은 한국 대표팀의 잠재력과 역량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8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대해 "정부·국회·부산시·민간의 협력이 잘되고 있어서 이 같은 조직력과 팀워크로 승부를 보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16강 진출을 이룬 것처럼 '빌드업'으로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프랑스 대통령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28일부터 7일까지 유럽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부산시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서다.
부산시와 정부, 주요 대기업 경영진으로 구성된 2030 세계박람회 민간대표단 등은 올 한해만 138개 국가를 대상으로 400여 차례가 넘는 엑스포 유치 교섭활동을 벌이며, 전 세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관 원팀 코리아' 전략으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를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엑스포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선 한국은 그룹 BTS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 K컬처 대표들을 영상에 등장시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PT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이준이 부산대 교수, 유엔(UN) 청소년 환경총회에서 대표로 활동한 에이시아 캠벨, 장성은 요크 대표가 나섰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자리를 지키며 힘을 실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29일 오전에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선 한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원전 건설사업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맞교환 했다는 이른바 '빅딜설' 의혹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항간에는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등을 대가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냐 하는 의혹과 걱정을 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어떤 약속을 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바로 다음날(11월 30일) "저급한 가짜뉴스로 덧칠한 발언이자 공당의 언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 이하의 저질 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여당의 부정부패를 감시·비판하고 견제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의 동력을 떨어뜨려 국익 훼손으로 이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성사된다면,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경제 유발효과 61조 원, 50만 명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엑스포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히는 이유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탄탄한 조직력과 팀워크로 이태원 참사와 경제 위기, 양극단 정치 등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기쁨을 줬다.
2030년 엑스포를 개최할 도시는 내년 11월로 예정된 제173차 BIE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국익과 민생 앞에는 여야가 없다. 성공적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민주당도 '코리아 빌드업'에 동참하길 바란다. 내년 연말 파리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