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신용대출 금리, 8% 턱 밑
4억 대출시 월상환금 300만원 육박
연소득 70% 빚 갚는 중, 등골 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속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풀렸던 유동성이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강화로 거둬 들여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저 성장 심화 속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금융권과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에도 유동성 한파가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축으로 인한 돈맥경화(자금경색)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서 끝을 모르고 오르는 대출금리가 어느덧 8%대 마저 넘보고 있다. 5%대의 고물가와 경기침체 우려 속 ‘빚 잔치’가 이제 이자 폭탄 부메랑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특히 레버리지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서 투자)’은 그야말로 혹독하고 추운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5.08∼7.72%를 기록했다. 1년 전 대비 상단만 2.65%포인트(p) 치솟았다. 같은 기간 고정형 주담대 이자율은 연 4.62~6.12%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도 연 5.73~7.17%로 2021년 말보다 2.45%p가 올랐다. 실수요 대출인 전세대출 금리도 6~7%대로 나타났다. 최근 관련 대출을 최대 0.75%p 인하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신잔액코픽스 기준으로는 5.01~6.41%, 신규코픽스 기준으로는 5.82~7.22%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 고정형 금리의 경우 연 8%에 육박했으나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채권가격 하락으로 한 달 여만에 6%대로 낮아지며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계대출 중 신규취급액 변동금리 비중이 여전히 60~70%임을 고려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을 참고하면 2021년 12월 연 2.80% 금리로 주담대 4억원(30년 만기· 균등상환)을 받은 차주는 월이자 상환금이 93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리가 5.59%까지 오르며 월상환금이 194만원까지 치솟았다. 극단적으로 대출금리가 연 8%까지 급등한다고 하면, 월이자로만 빠져나가는 돈이 294만원이다. 3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이다.
당분간 주담대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p 추가 인상하면서 “내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신할 때까지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는만큼, 한국은행도 내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면 현재 1.25%p인 금리격차가 더 확대되며,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금리인상의 충격은 변동금리 비중이 많은 국내 차주들이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 금리가 급등하며 증가 속도가 한 풀 꺾였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1007조9000억원 수준으로 가계부채 위험성은 여전하다. 고금리에 고물가, 경기침체까지 겹치면 가계 건전성 부실 문제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도 이같은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첫 질문자로 나선 아이 두명을 키우는 전업주부 이 모 씨는 “재작년 연 2.5% 정도였던 주담대 이율이 지금은 6%를 상회해 고정지출비용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향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주담대 보유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를 돌파했다. 연소득의 60% 이상을 집 값을 갚는데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보유한 차주의 DSR은 70.0%였다. 금융당국은 DSR이 70%를 넘으면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차주(소득에서 최저생계비 제외)로 간주하고 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기준 DSR이 700% 이상인 차주가 보유한 대출 잔액이 전체 12.4%라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수준이 연 3.5%로 높아지면 해당 비중이 18%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기 민간 소비감소 등을 통한 실물부문의 부진 가능성과 더불어 업권별, 차주별 대출 상환 위험 관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는 유사시를 대비해 자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차주별 부채 상환스케줄을 점검하고 부채관리를 독려하는 등 자체 위험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