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이어 다주택자까지…대출 문턱 낮춰
금리인상기, 주택구입 부담 역대 최대 수준
대출 풀어도 DSR에 가로막혀…규제 완화 효과 '미미'
계묘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해 부동산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 모습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된 데 따른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2022년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침체를 맞은 한해였다. 주택 수요가 위축되면서 매매는 물론 분양시장 분위기도 크게 얼어붙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꾀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푸는 데 여념이 없다. 올해부터 정부의 규제 완화 방안들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지만, 누적된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기대감보다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다. [편집자주]
정부가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고 거래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집값이 지속 하락세를 보이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구입 부담이 커졌고 대출 문턱이 낮아지더라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를 상대로 주택담보대출 금제 규제를 없애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상한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달 중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현재 남은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5곳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지역 해제 조치에 나선다. 규제지역 해제 범위에 따라 다주택자들의 대출·세제 완화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생활안정 및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보유주택 주담대 규제도 풀려 주택 구입 당시와 같은 LTV 를 적용받는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에 적용됐던 2억원 대출 한도는 폐지되고, 15억원 넘는 고가아파트 소유자도 보증금 반환 목적이라면 주담대 이용시 2억원 한도에서 자유로워진다.
앞서 정부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LTV를 50%로 단일화하고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대출 규제를 조금씩 푸는 데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다주택자와 실수요자 등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거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만큼 이 같은 정책 변화에도 시장 흐름을 반전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HF가 관련 통계를 조사한 2004년 이후 가장 높다. 2021년 4분기 83.5로 처음 80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3분기 내내 오름세를 보였다.
해당 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됨을 나타낸다.
같은 기간 서울은 214.6으로 직전 분기 대비 10.6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상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30~140선을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상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서울에서 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의 54%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단 의미다.
강화된 DSR 규제가 유지된단 점도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체감 효과를 떨어뜨린다. 금융당국은 자칫 LTV에 이어 차주별 DSR 규제까지 완화하면 돈을 갚을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뤄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DSR 3단계 규제가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 역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을 수 없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DSR 규제로 사실상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이상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도 종전 대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 정상화 효과를 거두려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을 확대하는 DSR 완화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정부의 대출 완화 혜택을 이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