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상승률 7.7%…30년 만에 최고치
원자재 가격 인상‧러시아 전쟁 등 부정 영향
향후 인상 요인 수두룩…공공요금·생산비용↑
외식업계·소비자, 양쪽 모두 어려움에 ‘한숨’
소비자 가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해 들어서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진 탓이다. 대표 외식 메뉴가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을 중심으로 외식은 커녕 한끼도 지갑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7.7%로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5.1%로 외환 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물가가 급등한 것은 농산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이 가격 조정을 통해 매출 손실분을 메우려고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식량 수급 상황이 악화된 것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자장면, 칼국수 등에 필요한 밀(원맥) 가격이 급등했고, 음식 조리에 필수인 식용유 가격마저 크게 뛰면서 자영업자들은 전방위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을 맞았다.
새해에도 물가 상승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외식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올해를 기점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제반 비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외식물가 급등을 부채질하는 요소중 하나로 손 꼽힌다. 고추장, 된장, 간장, 식용류 등 음식을 만들 때 기본 식재료로 사용되는 가공식품 가격이 지난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외식업체의 식재료 가격 부담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공공요금 인상도 외식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이 1㎾h당 13.1원 올랐다. 이어 2분기 이후에는 가스요금 인상도 대기 중이다. 전기·가스 요금이 동반 상승할 경우 생산 비용 증가로 식품, 외식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외식 가격 인상 요인은 수두룩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기본요금을 인상해서다. 배달비 상승분은 소비자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상 배달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서 분담을 하는 구조다.
◇ 올해도 악순환 지속되나…외식업계‧소비자 양쪽 다 ‘사면초가’
동네 식당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이어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외식·회식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식재료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매입원가 부담도 가중된다.
대규모 외식업계는 대량구매 계약을 진행해 영향이 미미하지만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크다. 매출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이번에는 ‘물가상승’ 이라는 또 다른 폭탄까지 떠안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외식업계는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외식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어 고심하는 분위기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올렸는데 외식경기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물론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0대)씨는 “참기름부터 깨, 계란, 쌀, 당근 등 어느 하나 안 오른 것이 없다”며 “대규모 프랜차이즈들도 메뉴 가격을 올리는데, 작은 식당들이 안 올리고 어떻게 버티겠나. 반찬 수나 메뉴 가격을 대대적으로 조정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식비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는 반응이다. 매달 소득은 같은데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승했던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하향됐지만, 외식 가격엔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 외식 물가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올해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데 실질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는 필수 소비가 아닌 외식부터 줄여나갈 것”이라며 “외식 가격의 과도한 인상이 자영업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통가 복합위기④] 정부, 올해도 ‘물가안정정책’ 잇는다…이대로 괜찮나>에서 이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