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국면 속 '사의재' '민주당의 길' 속속 출범
몸집 키우면서도 대체로 관망…기소 여부 따라 총공세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불식하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지만, 이들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공통된 위기 의식 하에 세력화에 나섰다. 민주당이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동상이몽에 빠진 것이다. 비명계는 '세력화'라는 정치적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공천 등 총선 준비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대표적인 비명계인 이원욱·김종민 의원을 주축으로 한 '민주당의 길'이 오는 31일 공식 출범한다.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전당대회 이후 비명계가 구성한 '반성과 혁신'이 확대·개편한 모임이다. '반성과 혁신'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원들도 합류한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과 신동근 의원 등도 합류하면서 모임 규모는 30여명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비공개 토론회를 진행, 향후 당의 비전과 방향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28일 검찰에 출석한 직후 모임을 구성하고 첫 만남을 갖는 만큼,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정당의 사당화가 심해지고 있는 당내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도 최근 기지개를 켰다. 이들은 지난 18일 정책포럼 '사의재'를 발족했다. 전해철·윤영찬·한병도·정태호·박범계·고민정·윤건영 의원 등 민주당 정부 청와대 및 장·차관 출신 인사들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사의재' 구성원에 이름을 올렸다.
'사의재'는 민주당 정부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포럼 성격으로 제안된 조직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도종환 의원은최근 YTN 라디오에서 "정부가 특정 계파 사람들로 구성돼서 운영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친문'의 범위를 뛰어넘는 다양한 분들이 모이는 공론의 장이라서 너무 협소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의재'가 '포스트 이재명'에 대비하기 위한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전해철 의원을 이사장으로 하는 친문 모임 '민주주의4.0'도 '사의재' 출범일에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주의 4.0'은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날 자리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선거 제도를 내년 총선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의 공천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위해 수원지금 성남지청에 출석한 지 하루 만에 열린 모임이라는 점이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실었다.
비명계의 세력화는 '사법 리스크'로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 내에서도 '이재명이 무너지는 순간 당이 무너진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전망처럼 2월 중 기소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둬 그 어느 때보다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비명계의 이 대표 비토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당 지지율 하락세를 우려, '이재명 탈당'이라는 금기어까지 나온 상황이다. 만약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완벽히 털어내지 못한다면, 당장 오는 5월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18일 "이 대표가 무죄라고 얘기는 아직 못 하겠지만, 이 대표가 확실하게 문제가 돼서 유죄가 입증되거나 증거가 있거나 심각하게 나온 게 있어야 그 다음 얘기를 할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그것을 가지고 이 대표는 판단할 것이고 의원들도 판단할 것이고 당원들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지난 19일 CBS라디오에서 "총선에 임박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송환돼 여러 의혹이 양산되는데 저희가 미처 거기에 대비하지 못한 채 총선을 치르게 되면 무방비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며 "그 상황이 너무 최악"이라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이를 바라보는 친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아주 소수의 의견이라고 보인다"며 "탄압받고 있는 야당이 똘똘 뭉쳐야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 여당의 의도대로 정치탄압에 우리가 분열된다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 비명계가 팬덤 정치를 비판하기 위해 '천원(1000원) 당원' 표현까지 사용하자, 자신들을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징계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