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 기소결정 되돌릴 수 없어…모든 질문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
검찰, 이재명에 배임·부패방지법 위반·뇌물혐의 적용 방침…김만배에게 428억원 개발수익 약속 받아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수천억 개발이익 몰아주면서 제대로 이익 환수하지 않아 성남시에 손해"
오전 내내 보수·진보단체 맞불집회 "이재명, 혐의 다 드러났는데 부인" vs "檢 조작·표적 수사"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피의자로 28일 검찰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날 늦게 끝날 예정이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의혹의 정점에 사업 추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있다고 보고, 배임과 부패방지법 위반, 뇌물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검찰 출석 직후 SNS를 통해 '검찰 진술서 서문'을 공개하며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중립성을 잃고 이미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진실과 사건 실체에 관심이 없다"며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고,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하여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아무리 권력이 크고 강해도 국민은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라고 비판하고 "이제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년 반의 수사 끝에 결국 소환한 이 대표에게 배임과 부패방지법 위반,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수천억 원대 개발수익을 몰아주면서 제대로 이익을 환수하지 않아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끼쳤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지분 절반인, 428억 원 상당의 개발 수익을 약속받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미리 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부정보를 알려준 건 아닌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검찰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핵심 공약이었던 1공단 공원화를 위해 일명 '대장동 일당'으로 불리는 민간사업자들과 협업했다고 의심한다. 민관 합동 개발로 사업을 진행해 민간사업자에게 개발 이익을 나눠주는 대신,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이 대표가 승인·결재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1공단 공원화를 이용해 사업권을 따낸 민간사업자들은 ▲서판교터널 개통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을 혜택을 요구했고, 이 대표 승인 아래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특혜 몰아주기'로 대장동 일당이 7886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이익을 보는 과정에서 성남시에는 최소 651억원의 피해를 끼쳤다고 보고 배임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대장동 일당을 기소했다.
대장동 일당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유착 관계를 통해 211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 대부분이 '최종결재권자'였던 이 대표의 승인, 지시에 따라 이뤄진 만큼 공범이나 '윗선'으로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모범적인 공익 환수 사업'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민간사업자 배당금 중 이 대표 몫의 '숨은 지분'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인 천화동인1호 배당금 428억원 가운데 이 대표 측이 약속받은 몫이 있다고 의심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민간사업자 배당 수익 중 일부를 나눠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 인물에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포함됐다고 본다. 이 대표가 '내 지분 절반을 제공하겠다'는 김만배 씨 제안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미 최측근인 정 전 실장이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기소된 만큼, 이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측근들이 선거 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뒷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들어갔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정 전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임하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게 총 2억 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부원장도 2013~2014년 1억 9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2021년 대선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8억 4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건네진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중 일부가 이 대표 선거자금에 실제로 사용됐는지, 사용됐다면 이 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천화동인1호의 숨겨진 지분 주인은 유 전 본부장 한 명뿐이라고 반박했다. 측근들의 뒷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고 옹호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방안을 본격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조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을 근거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하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데다, 현재 임시 국회가 진행되고 있어 실제로 검찰이 이 대표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이 과반인 현 국회 상황에서는 부결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이 대표의 서울중앙지검 출석 현장에서 보수와 진보단체의 맞불집회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렸다. 진보집회 주최 측은 경찰을 향해 "보수단체 스피커 방향을 돌려달라.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조치해주지 않으면 (보수단체 쪽으로) 넘어가겠다"는 요구를 하자, 보수집회 주최 측은 "당장 넘어오라"고 맞섰다. 이에 일부 진보집회 참가자들이 실제로 이동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오전 내내 서로를 향한 욕설과 고성도 끊이지 않았다.
한 보수집회 참가자는 "이재명이 나라를 너무 시끄럽게 만든다"며 "매일 거짓말해서 머리가 아프고 아주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내가 한번 법원 앞에서 보여주려고 나왔다. (이 대표가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끝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보수집회 참가자도 "이재명이 (혐의가) 다 드러났는데도 부인하지 않느냐"며 "학생이 잘못하면 교사가 책임을 진다. 그런데 자기 바로 밑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감옥가고 있는데 자기는 (돈을) 안 받았다는 게 말이 되냐. 도둑이 감옥에 안 가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편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진보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이 너무 부당하다"며 "이상한 검찰의 요구 때문에 (출석했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되겠다 싶어서 나왔다"고 전했다.
다른 진보집회 참가 시민 역시 "이재명 대표를 검찰이 조작수사, 표적 수사해 너무 억울하다"며 "힘을 보태기 위해서 나왔다. 조사 끝나고 나오실 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