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임장·캐시백으로 차별화
적자 지속에 실적 악화 우려도
홍민택 대표 "규모의 경제 필요"
토스뱅크가 연 2%가 넘는 이자를 주는 모임통장으로 카카오뱅크에 도전장을 던졌다. 동호회 등 모임 회비를 관리하기 위한 모임통장은 이미 카카오뱅크가 13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후발주자 격인 토스뱅크가 고금리 이자와 캐시백 등 혜택으로 정면승부에 나선 것이다.
다만 토스뱅크가 아직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자칫 과도한 이자비용이 실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는 계좌의 특성 상 제기될 수 있는 금융사고 안정성 등은 앞으로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1일 모임원 누구나 출금과 카드 발급, 결제까지 가능한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모임통장은 동아리, 동호회 등 각종 모임 내 비용 관리를 위해 개설할 수 있는 통장으로 가입한 모임원들이 회비 사용내역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부부 등 가족 간 생활비 통장으로도 사용된다.
모임통장은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앞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은행권 최초로 모임통장을 내놨다. 카카오톡 메신저와 연계해 초대·가입이 가능한 편의성 덕에 빠르게 영역을 넓혀 왔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이용할 만큼 대중화됐다. 이용자 수는 2019년 말 499만명 ▲2020년 말 769만명 ▲2021년 말 996만명 ▲2022년 말 1356만명이며, 가입 계좌 수는 ▲2019년 말 137만좌 ▲2020년 말 220만좌 ▲2021년 말 299만좌 ▲2022년 말 406만좌로 꾸준히 늘고 있다.
토스뱅크가 내세운 모임통장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금리다. 하루만 맡겨도 연 2.3%(세전)의 이자를 준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이 일반 보통예금과 같이 0.1% 이자를 주는 것을 고려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수시입출금통장으로 여타 파킹통장과 달리 별도의 공간으로 자금을 이동해 출금, 결제가 안 되도록 묶어 놓을 필요 없이 편리하게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특징은 여러명이 함께 모임장이 될 수 있는 방식이다. 시중에 나온 기존 모임통장은 계좌에 가입한 예금주 1명만 출금, 이체, 송금, 카드발급이 가능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통장 최초 개설자인 모임장을 비롯해 모임원들도 공동모임장이 돼서 본인 명의의 카드 발급과 결제, 출금을 할 수 있다. 예금주가 혼자 모임장·총무 역할을 떠안지 않아도 되고, 모임원 모두가 직접 자금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최초 모임장의 동의를 받고 실명확인 절차를 완료한 모임원만 공동모임장이 될 수 있다. 공동모임장을 추가하고 싶을 때는 모임장과 기존 지정된 공동모임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러명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또 일반 체크카드처럼 제공되는 캐시백 혜택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회식, 놀이, 장보기 등 영역에서 1만원 이상 결제 시 건당 500원, 1만원 미만 결제 시에는 건당 100원의 캐시백 혜택이 적용된다. 캐시백 혜택은 시즌별로 달라질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토스뱅크가 이 같은 고금리 승부수를 띄운 게 실적 악화로 돌아오는 자충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1719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고금리 수신상품에 비용을 투입하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얘기다.
또 이번 모임통장에 적용된 공동모임장 시스템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기존 은행권이 고수했던 '1계좌 1명 실명 카드'를 벗어나 한 개의 통장으로도 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넣고 빼는 구조는 횡령 등 금융사고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6월에 말했듯 예대사업 이익률이 충분히 적자를 벗어난 상태"라며 "이 관점에서 연 2.3% 이자는 성장이 나빠지는 선택이라기 보다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전략적 선택이고, 최근 고금리 시대에서 은행이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금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을 늘리면서 비용이 낮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홍 대표는 공동모임장 시스템의 안전성 우려에 대해서도 "모든 모임원의 동의를 받아야 모임장이 될 수 있다는 점, 실시간으로 자금 사용처를 알 수 있다는 점, 송금과 결제한도를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점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필요시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