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제조업 등 고임금 산업과 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저임금 산업 간 임금격차가 54%까지 벌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건의 사람이라도 어떤 산업에 종사하는지에 따라 임금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은 '산업 간 임금격차 확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임금 불평등(분산)은 금융위기 이후 완만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 간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9~2021년 고용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산업 간 임금 불평등 추이를 살핀 결과다.
보고서는 같은 산업 안에서는 임금불평등이 줄어들었지만, 서로 다른 산업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산업별 고용비중이 변화하면서 전체 임금 불평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고임금 산업의 임금은 커지면서 고용이 늘어난 반면, 저임금 산업은 임금이 하락하면서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임금 산업에서는 전자부품 제조업, 연구개발업, 금융 및 보험 서비스업, 금융업, 전문서비스업 순으로 임금이 높았다. 반면 저임금 산업에서는 사회복지 서비스업, 기타 개인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사업지원 서비스업 순으로 임금이 낮았다.
우선, 임금 프리미엄에서 차이가 났다. 지난 10년간 고임금 산업의 임금 프리미엄이 늘어난 반면 저임금산업은 감소했다.
성별·학력·나이·경력, 직업 등 조건이 같은 노동자가 2018~2021년 사이 전자부품 관련 제조업에서 일하면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일할 때보다 임금이 54% 높았다. 2009~2012년 중에는 40% 차이났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고임금 근로자들은 고임금 산업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은 저임금 산업으로 몰리는 현상도 산업 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기업이 핵심업무 위주로 동질적인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IT, 회계, 인사, 시설관리 등에 대해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산업 간 근로자들의 선별과 단절이 지나치게 심화될 경우, 산업 간 임금격차가 장기적으로 더 확대되고, 산업 간 근로자 이동도 제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서 고용을 늘리면서 산업 간 임금격차에 기여했다. 지난 10년간 대형기업(500인 이상)에서 고임금과 저임금 고용비중이 모두 증가했으나, 최근들어 저임금 산업에서 규모 프리미엄이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저임금 서비스산업의 프랜차이즈화, 대형기업에 근무하는 저임금 산업 근로자의 임금 협상력 약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오 차장은 "기술 및 학력 미스매치 등 산업 간 노동이동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산업 간 인적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