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 철거 안 하면…행정대집행 경고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유감" vs "녹사평역 내 추모공간 부적절"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사태 재현 우려…당시 대법 "불법점용, 정당한 공무집행" 판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하며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한 상태이다. 철거와 설치를 반복하며 수 년간 갖은 사회적 갈등을 낳은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다가 서울도서관 앞 인도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는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설치한 시설물이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신고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고 광장을 무단 점유하면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5일 입장을 내고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설치에 거듭 유감을 표한다. 유가족분들이 마음 깊이 추구하시는 국민 공감을 얻기에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집행 계획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시는 "유가족분들은 이태원 멀지 않은 곳에 상징성 있고 안온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셨다"며 "그래서 녹사평역 내에 우천 시에도 불편함이 없고 충분한 크기의 장소를 제안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내 추모공간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분향소는 전날 설치 단계부터 충돌을 빚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추모대회 장소인 세종대로로 행진하다 예고 없이 서울광장에서 발길을 멈추고 분향소 천막 설치를 시작했고,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 70여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유가족들은 결국 오후 2시10분께 분향소를 설치한 뒤 영정사진 159개를 올렸다.
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과거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 분향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 노조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쌍용차 해고 사태와 관련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12년 4월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서울 중구청은 이듬해 4월 분향소를 철거하고 화단을 설치했지만, 대책위는 화단 앞에 재차 임시 분향소를 세웠다. 구청은 그해 6월에도 분향소를 철거했다.
2018년 대한문 앞 분향소가 다시 세워지자 이곳에서 집회를 열어온 보수 단체와 쌍용차 노조 측이 충돌했다. 분향소는 같은해 8월 자진 철거됐다. 그러나 분향소 강제 철거를 둘러싼 대책위와 구청 사이 법적 다툼은 계속됐다. 대법원은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상습적 도로 불법점용을 중지시키기 위한 것으로 적법했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행정대집행에 반발하는 대책위 관계자들을 저지한 경찰 행위도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