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쇄신·신 기업문화 장착"
'킹메이커' 사외이사도 칼 댈까
7명 중 4명 내달 주총 임기 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금융그룹 수장 인선이 일단락 됐다. 금융당국의 계속되는 언중유골 메시지와 그에 따른 관치금융 논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조직 내홍 등 상처도 남았다. 아예 살을 째고 도려내야 할 고질적 병폐부터, 시간을 갖고 어루만져야 할 민감한 상흔까지 문제도 다양하다. 이런 와중 새로운 성장도 도모해야 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신임 회장의 시간표는 임기 초부터 빽빽하게 메워질 전망이다.<편집자주>
임종룡 회장을 맞이하게 된 우리금융그룹의 선결 과제는 흔들린 지배구조의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장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과, 그에 따른 회장 인선의 혼란은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그룹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이다.
특히 회장 자리의 결정권을 쥔 사외이사들이 과점 주주 대표들로 이뤄진 탓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침묵 속 눈치 보기로 일관한 모양새가 되면서 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내정자가 선보일 우리금융의 초기 경영 전략에 대해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자타공인 거시경제·금융분야 전문가로서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졌던 그룹을 추스리고, 내부를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그는 관료 시절 정부(예금보험공사) 소유의 우리금융 지분을 팔아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과점주주 체제로 바꾸고 완전 민영화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임시절에서도 파격 인사를 단행한 이력이 있는 만큼, 당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 과정부터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임 내정자 역시 조직 쇄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이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지배구조 개선이다. 회장 교체의 결정권을 쥔 사외이사들이 외풍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두 우리금융 과점 주주들의 대표들인 까닭에 누군가 선뜻 총대를 메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란 해석이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은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푸본현대생명보험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환 신영증권 고문(유진프라이빗에쿼티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추천) ▲송수영 등이다.
이 중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4명의 임기는 내달 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다. 이들 모두 2019년 1월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와서 임기 제한(6년)을 아직 채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는 가운데, 현 손태승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인사들임을 고려하면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력풀이 제한적인 금융권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인물로 사외이사를 메꿀지도 관전포인트다.
금융당국 역시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를 연일 거롷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사회가 금융지주 CEO들의 장기 집권이나 셀프 연임을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올해 1분기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사 이사회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을 추진하고 이사회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려면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금융의 경우 거액 횡령, 이상 외환 거래 등 내부통제가 주요 이슈였던 만큼 지배구조에 칼을 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관치 논란은 임 내정자가 풀어나가야 할 난제다. 임 내정자의 경력과 자질은 후보 중에서도 압도적이었으나 한 때 금융회사를 지휘·감독했던 인물이 민간 금융사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금융노조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 낙하산' 인사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를 의식한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 선정 배경을 두고 '총 6차의 임추위를 개최하는 등 임추위의 독립성을 비롯해 프로세스상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 임 내정자는 이달 정기이사회에서 후보 확정 결의 후 다음달 24일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