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년도 4분기 생활가전 600억 적자
LG전자 역시 TV 3분기 연속 적자 기록
물류비 및 원자재는 안정화 추세
하반기 이후 수익성 소폭 개선 기대
국내 투톱 가전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실적 부진으로 시름에 빠진 모습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절벽을 맞이한 탓인데, 올해는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으로 인한 소폭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되지만 하반기까지는 여전히 시장 회복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극심한 불황으로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전년도 4분기 기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무려 7년 만에 적자를 냈다. LG전자 H&A사업본부 여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익 236억원으로 사실상 겨우 적자만 면했다. 전년 동기 대비 85% 가량 급감한 실적이다.
TV를 담당하는 HE 사업본부 역시 지난해 4분기 10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고, 분기 기준으로는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하반기 월드컵과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의 이벤트 효과가 무색할 정도의 실적이라는 관측이다.
가전과 TV시장의 경우 2020년 이후 약 2년간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누렸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호황을 맞았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이후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불황에 겹치면서 급격한 수요 위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전 시장의 수요 감소세가 확대되며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이 역성장했다"며 "올해도 시장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는 최근 인상된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등의 영향을 동시에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이같은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하반기 이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요 부진은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원가 부담이라는 악재를 떨친다면 업계가 '프리미엄' 등이 전략으로 수익성 제고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 추세"라며 "다만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와 경기 회복 기대 영향으로 반등하고 있어 예상 대비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는 올해에도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며 재고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V를 비롯한 영상기기 생산 가동률은 75.4%로 전년 동기 대비 79.1% 감소했다.
LG전자도 세탁기의 경우 전년 동기(105%) 대비 17%포인트 줄어든 88%를 기록했고, 영상기기의 경우 81.1%로 1년 만에 가동률이 15%포인트 줄었다.
아울러 업계는 프리미엄 제품 확대 및 비상경영체제로 위기를 이겨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B2B 온라인 채널 판매 강화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웹OS 플랫폼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본격 확장시킬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당장 하반기 이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수요 둔화 기조가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고, 그로 인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매출은 늘어도 영업익이 낮아지는 현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