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1,800여명 행사장 운집해 응원전
정진석 "호남서 이렇게 많은 적 처음" 감격
'지역감정 조장' 발 붙일 자리 없는 모습
후보들, 호남발전 아이디어 내며 경쟁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호남지역 합동 연설회가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장내 참석인원만 1,800여 명에 달했고,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지켜보는 당원들도 적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인 미래통합당 시절 호남지역 전체 책임당원이 2,000명 수준이었음에 비춰볼 때,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과거 보수정당의 호남 지역 행사에는 으레 보였던 지역 단체들의 '반대' 집회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대신한 것은 북과 꾕과리 등을 동원한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사과를 하고,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민의힘 현역의원 전부를 대동해 참석한 것이 전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사말에 나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년 이상 정치를 하며 전국을 많이 돌아다녔고, 호남지역도 여러 차례 왔었는데, 제가 볼 때 오늘이 제일 많이 모인 것 같다"며 "갈등과 반목의 시대를 종식하고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여는 국민의힘이 앞으로 이 시대의 주역으로, 집권여당으로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자"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우리당이 호남에서 행사를 하려면 사람 모으기가 어렵고 행사장 밖에는 반대·항의 집회를 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오늘은 천여 석 가까운 자리가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찼고 (밖에는) 들어오고 싶은데 못 들어와서 아우성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당이 더욱 힘을 내서 호남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자들의 '5.18 비하'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식의 캠페인도 전혀 없었다. 사실 투표권이 있는 호남지역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전체의 2.13%에 불과하다. 지역감정을 부각해 당원이 많이 지역의 표심을 가져오는 것이 선거전략에 유리할 수 있고, 과거에 그랬던 사례도 없지 않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기현 후보는 "제가 2년 전 원내대표가 됐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이 광주 5.18 묘역이었다"며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진심과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으로 동서통합, 국민대통합의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안철수 후보도 "우리당은 그동안 광주에서 거듭 용서를 구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변화를 인정받았다"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170석 압승을 이루려면 호남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고, 호남이 지역구인 천하람 후보는 "호남을 핵심지역으로 삼아 전국선거를 이길 고민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명맥이 끊긴 호남의 큰 정치인을 우리 당에서 배출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장 보수 색채가 강한 황교안 후보 역시 "호남이 이제 국가 미래 비전의 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가 '호남의 한을 풀어주세요'라는 메모를 하나 써줬다. 제가 호남의 한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호남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역 공약도 제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대형 복합 쇼핑몰 유치를 발전시킨 △상생형 복합 쇼핑몰 유치를 비롯해 △광주 지하철 지선 계획 추진 △광주공항·군공항 무안공항 통합 이전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호남으로 서진하기 위한 준비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남 순천이 지역구인 천하람 당 대표를 후보를 비롯해, 조수진·민영삼 최고위원 후보, 김가람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총 16명의 전당대회 후보 중 4명이 호남 출신이거나 호남이 지역구라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의 한 지역 당원은 "16명의 전당대회 후보 중 4분의 1이 호남 출신이고 이 중에는 당선이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분들도 있다"며 "영남이 지지하는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당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당원협의회가 정상화됐고, 호남지역 공천도 다 하지 못했던 지난 총선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연설회에서도 개별 후보들의 연설이 끝나면 곧바로 지지자들이 우르르 빠지는 모습이 연출되며 오점으로 남았다. 지난 14일 부산·울산·경남 지역 합동연설회 당시 김기현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상당수 당원들이 이석하자, 안철수 후보 측은 "비표 배분이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이를 고려한 듯 이날 사회자는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연설이라도 착석해서 경청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지자들의 움직임을 멈추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