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2023 WBC 앞두고 최강 전력 구축..10일 도쿄돔서 한일전
매 대회 한국 야구 보다 전력 우위에도 맞대결서는 4승4패 '팽팽'
부상으로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가 빠졌지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정상 탈환을 노리는 일본 야구대표팀의 전력은 참가국 중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 의도대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
2021시즌 AL 만장일치 MVP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MLB 15승 고지를 밟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에 계약한 요시다 마사타카, 사상 첫 일본계 빅리거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가 합류했다.
여기에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일본인 홈런 신기록(56홈런)을 세운 무라카미 무네타카도 가세한다. 무라카미는 “WBC에서는 우승만이 목표다. 최상의 몸을 만들어 팀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도 전한 상태다.
2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을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파이어볼러’ 사사키 로키(자바 롯데)도 WBC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컨디션도 좋다.
오타니는 벌써 100마일에 가까운 공을 뿌린다. 지난 1일 오타니는 출국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호호캄스타디움에서 가진 시범경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 선발 등판, 2.1이닝(투구수=34) 2탈삼진 2볼넷 무실점 호투했다. 오타니의 패스트볼 최고 스피드는 98마일에 달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자로서는 5타수 2안타(3루타 1개)를 기록했다.
사사키는 지난 4일 일본 나고야 반테린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개인 통산 최고 스피드인 시속 165km를 찍으며 일본 대표팀 관계자들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 일본은 WBC에서 한국, 중국, 호주, 체코와 B조에 편성됐다. 숙명의 한일전은 10일 오후 7시 도쿄돔서 열린다. WBC 백미라 할 수 있는 한일전은 2009년 이래 14년 만이다.
일본은 WBC 역대 승률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어 2위다. 1~2회 대회서 우승을, 3~4회 대회서 준결승에 올랐다. WBC 역대 23승8패로 승률 74.1%(2위). 한국은 1회 대회에서 4강에 올랐고, 2회 대회에서 역대 최고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3~4회 대회에서는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에 덜미를 잡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WBC에서 15승 7패로 승률 68.2%(4위)를 기록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현역 빅리거' 키스톤 콤비에 KBO리그 MVP&타격 5관왕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도 뛰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일본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 전적을 봤을 때, 전력대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WBC 한일전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WBC 맞대결 전적 4승4패(2006 2승1패/2009년 2승3패)가 말해주듯 한일전은 숱한 명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은 2006년 첫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썼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물론 해외파 박찬호·서재응·최희섭·김병현·이승엽까지 총출동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표팀 전력을 구축했다.
이승엽은 일본과의 1라운드 첫 대결에서 1-2 끌려가던 8회 1사 1루에서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2라운드 재대결에서는 주장 이종범이 0-0 맞선 8회 1사 2·3루에서 2타점 결승 2루타를 작렬했다. 당시 일본 최고의 마무리로 불렸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터뜨린 결승타라 더 짜릿했다.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한국이 4강을 넘어 결승까지 올랐다. 한국은 1라운드 첫 경기에 김광현을 선발로 내보냈지만 7회 콜드게임 패배(2-14)였다. 1라운드 결승전에서는 봉중근·류현진·임창용 무실점 계투와 김태균 결승 적시타로 1-0 승리하는 반전을 일으켰다.
마지막 대결이던 결승전도 팽팽하고 극적이었다. 1-2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이범호가 다르빗슈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비록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끈질긴 한국 야구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한국 야구는 2013년과 2017년에도 WBC에 참가했지만,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해 일본과 붙지 못했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 부진으로 질타를 들었던 한국 야구가 재도약을 노린다면 한일전 승리가 필요하다. 앞선 대회에서도 나타났듯, 한국 야구는 한일전 승리 후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타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이 1라운드에서 예상대로 일본과 B조 2위 안에 들면, 8강 토너먼트에서는 A조 1위 또는 2위 팀과 맞붙는다. A조에서는 쿠바와 네덜란드, 대만이 8강 진출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칠 전망이다. 한국이 4강 진출에 성공하면 미국 마이애미로 이동해 준결승을 치른다. 대망의 결승전은 22일 열린다. 야구팬들은 다시 한 번 한국 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운드에 태극기 꽂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한편, 4강 진출을 꿈꾸는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지난 3일 KBO 사무국을 통해 “국가대표라는 무게, 국가대표팀이라는 명예와 자긍심, 국가대표팀 선수라는 영광,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무한한 책임을 새삼 절감한다”며 “국가대표팀으로서의 명예 못지않게 승패가 갖는 무거운 책임 의식 또한 함께 가져간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팀의 열정과 승부는 저희들에게 다시 한 번 태극 마크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잊지 않겠다. 우리의 유니폼에는 승리의 경험이 새겨져 있다. 우리에게는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이라는 자랑스러운 경험이 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함께해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다. 국민 여러분께 다짐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희망과 감동을 보여드리겠다.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전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