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민주당이 후보 2명 추천해
尹이 그 중 1명 임명하도록 규정
180석 확보해 패스트트랙 목표
박홍근 "정의당도 동참하라"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코바나컨텐츠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신정훈·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 안을 제출했다. 대표발의자는 진성준 원내수석 외 15인이다.
민주당이 이날 재발의한 특검법의 내용을 보면 '대장동 특검법' 때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사실상 민주당이 정하도록 규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원내교섭단체에 특검 추천을 의뢰해야 하며, 해당 교섭단체가 2인의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해,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란 민주당 뿐이다. 결국 민주당이 2명의 특검 후보 모두를 추천하는 셈이다.
이렇게 임명된 특검은 파견 검사 10명과 파견 공무원 40명의 인력을 가지고, 20일의 직무수행 준비 기간을 거쳐 70일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및 기타 상장·비상장 회사 시세 조작 의혹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 관련 불법 후원·협찬 수수 의혹을 수사한다. 한 차례에 한해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도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정의당과의 공조를 위해 당론으로 발의했던 법안 중 일부 내용을 줄였다"며 "학력·경력 위조 의혹은 정의당이 특검에서 제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제외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코바나컨텐츠 수뢰 의혹 2건에 대해서만 재발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의당과의 공조를 고려해 법안을 재발의하는 정성까지 들이는 것에는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문제가 걸려 있다.
민주당은 앞서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과 이번 '김건희 특검법'을 모두 본회의 패스트트랙에 태워,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 수문장으로 버티고 있는 국회 법사위를 우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본회의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면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 의석 수는 169석이며, 우당(友黨)인 기본소득당과 친야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치더라도 180석에는 미달한다. 6석 정의당과의 공조가 절실한 국면인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특검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특검법에 주가조작부터 코바나컨텐츠 의혹까지 모두 포함하겠다"며 "뭣보다 범야권이 뜻을 모아야 한다. 특검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검찰 스스로 입증했듯이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줄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한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는 게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길"이라며 "정의당도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