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 출산율 1명대 미만 유일
기초자치단체 절반 이상 출생아 1000명↓
초등학교·산부인과 등 육아 관련 시설 감소
인프라 부족 지역, 결국 지방소멸로 이어져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세계 198개국 중 합계출산율 꼴등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만에 0.7명대에 들어선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같은 해 출생아가 수백 명대에 그쳤다. 앞으로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 인구감소는 곧 지방소멸로 직결, 향후 국가 생존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
통계청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03명 줄었고 처음으로 0.8명대가 무너졌다. 같은 해 전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26만600명) 대비 1만1500명(4.4%) 감소했다.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 감소는 우리나라 인구 절벽 위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 국가가 현재 인구 규모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대 아래다. 2007년, 2012년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4년부터 16년째 출산율 꼴찌다.
인구감소 현상은 지방에서 더 두드러진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2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와 세종특별자치시·제주특별자치도를 포함한 등 228개 지역 가운데 136곳(59.6%)은 지난해 출생아가 1000명 미만이었다.
전국서 인구 대비 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전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전북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3.8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4명을 밑돌았다. 이어 전남과 부산이 4.1명, 경남과 대구가 4.2명, 충북이 4.3명, 경북이 4.4명, 서울이 4.5명 등 순으로 낮았다.
2021년 기준 출생아 수가 가장 적은 곳은 경북 울릉군(5명)이다. 이 외에도 경북 봉화군(10명), 경북 영양군(10명), 강원 인제군(10명), 경북 울진군(53명), 경북 안동시(78명) 등 기초자치단체 중 소도시에서 특히 저조한 출생아 수를 보이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로 초등학교, 산부인과, 어린이집, 학원 등 육아에 필요한 시설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줄고 있다. 지방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더 어려워져 저출생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국 초·중·고 193개가 폐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71곳(88.6%)은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이었다.
어린이집도 2018년 말 3만923개에서 지난해 말 8248개로 4년 만에 21.1% 감소했다. 0∼1세 영아 돌봄 수요를 주로 담당해온 가정어린이집 역시 같은 기간 1만8651개에서 35.1%(1만2109개) 줄었다.
어린이 관련 의료기관도 붕괴 수준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북 무주군·강원 평창군 등 전국 16개 지자체에 소아·청소년·산부인과가 하나도 없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아청소년과는 연평균 132개, 산부인과는 55개 폐원했다.
소아·청소년·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저출생 여파에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50개 대학병원 가운데 38개 병원에서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적절한 교육 시설이나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교육이나 진료를 받기 위해 멀리 다니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인프라가 없는 곳은 점점 인구 유출 및 감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아울러 수요가 줄자 육아 시설이나 의료기관 등에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예산도 감소한다. 결국 인프라에 공백이 생긴다는 것은 지방소멸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지는 악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