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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반발·수사 지휘부 부재 장기화 고려…국수본부장 결국 '내부 인사' 우종수 내정


입력 2023.03.28 04:39 수정 2023.03.28 04:39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정순신 낙마 한 달 만에 우종수 경기남부청장 제2대 국수본부장 내정…29일 임명

경찰 관계자 "경찰을 제일 잘 아는 것은 결국 경찰…윗선에서 눈치 봤다 생각"

"경찰 내부, 경찰국 설치 등 이미 반발 기류 있어…또 외부인사 발택시 크게 반발했을 것"

외부인사 재공모시 공백 2달 넘을 수도 있어…수사 지휘부 부재 장기화에 따른 부담도 고려

제2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된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의 FBI'로 불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제2대 수장 자리에 우종수(55)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임명됐다. 당초 정부가 검사 출신을 임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검사 출신 재임명에 대한 경찰 내 반발 기류와 수사 지휘부 부재 장기화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해 우 청장을 임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 청장은 오는 29일 제2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의 경찰청과 3만5000명의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자리다.


우 청장이 제2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국수본부장에 임명됐으나 아들의 학폭 문제가 드러나면서 임명 하루만에 사퇴했다.


경찰과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사퇴 이후 외부 재공모와 내부 선발을 두고 헤맸고, 그러면서 국수본부장 공석이 한 달 동안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검사 출신 외부 인사를 다시 한 번 발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정 변호사 낙마 이후 외부 인사에 대한 경찰 내부 반발 기류가 한층 강해지면서 결국 정부가 내부 인사로 눈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 출신이) 아무리 수사를 잘 한다고 하지만 경찰을 제일 잘 아는 것은 결국 경찰"이라며 "수사 고문 같은 것도 아니고 수사 경찰 전체를 지휘하는 자리인데 경찰 조직에서 근무를 해본 적도 없는 외부 인사가 발탁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윗선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눈치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국을 설치한 부분과 경찰국 설치 반대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에 대한 보복 인사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이미 큰 반발이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정 변호사 이후 또 외부 인사를 국수본부장에 앉혔으면 크게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공모로 국수본부장을 다시 뽑을 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였다. 외부 공모가 시작될 경우 접수에만 2주 이상 소요되고, 이후 서류 심사와 신체검사, 종합 심사 등 후보자 선발 절차에도 한 달 가까이 걸린다.


정 변호사 낙마 이후 국수본부장 공백이 한 달 넘게 지속됐다. 다시 외부 공모를 할 경우 국수본부장 공백이 2개월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 청장을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외부공모는 50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내부 발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 사태 이후 강화된 인사 검증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우 총장 발탁에 큰 점수를 줬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산하 인사검증단이 주도적으로 우 청장에 대한 세평 수집과 인사 검증에 나섰고 문제가 될만한 사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 청장은 지난해 8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경찰 내부 인사 검증을 받았는데, 당시 검증에서도 결격 사유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 청장은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때 13억9600여만원을 신고했다. 슬하에는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은 정상적으로 병역을 마쳤다.


윤 청장은 우 청장의 검증에 대해 "경찰청이 주관 부서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는 동안 이미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자녀 등 가족이나 여러 문제에 대한 자기관리가 돼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우 청장이 일선 수사부서 경험을 두루 갖춘 경찰 내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점도 발탁 사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행정고시(38회) 특채로 1999년 경찰에 입직한 뒤 서울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형사국장 등 여러 요직을 지냈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던 2018년에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수사를 지휘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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