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HBM 패키징 공정 필수 장비
'한미·한화·세메스·LG' 4파전 확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둘러싼 경쟁이 반도체 제조사에서 패키징 장비업체로 번지고 있다. 차세대 HBM 공정에 투입되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두고 국내 장비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세메스, LG전자 생산기술원(PRI) 등이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 공정 장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선점하려는 의도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붙이는 장비다. 기존 열압착(TC) 방식과 달리 칩 사이에 범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연결해 전체 두께를 줄이고 발열도 낮출 수 있다. 특히 HBM은 D램을 여러 층 쌓아 만드는 구조여서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수 공정 장비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세대 HBM(HBM4)과 7세대 제품(HBM4E)에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필수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하이브리드 본더 사용을 예고한 상황이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이에 맞춰 양산, 출시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오는 2027년까지 하이브리드 본더 양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를 짓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출시 일정이 가장 빠르다. 회사는 지난달 열린 국제 반도체 장비 박람회 '세미콘 타이완 2025'에서 내년 초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회사는 올해 들어 반도체 패키징 장비 시장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로부터 약 805억원 규모의 TC 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메스도 삼성전자 차세대 HBM 전담 인력과 함께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내년에 하이브리드 본더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도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개발에 들어갔다.
다만 국내 기업들보다는 해외 업체들이 경쟁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네덜란드 베시는 현재 공동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본더 시제품을 글로벌 메모리 고객사와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다.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은 오는 2033년 140억2000만 달러(약 19조34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HBM의 개발 속도에 맞춰 도입 시점이 정해질 것"이라면서 "시장이 개화하면 급성장이 예상되는 장비인 만큼,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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