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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가 놓친 마약과의 전쟁 '골든타임'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04.10 07:05 수정 2023.04.10 07:05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마약 범죄, 빠르고 은밀하게 우리 일상의 삶에 스며들어…2016년 '마약 청정국' 지위 상실

2022년 마약사범, 전년 대비 13.9% 증가…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

문재인 정부, '검수완박' 통해 검찰 마약수사 역량 약화시켜…마약 담당 부서 통폐합

검찰, 경찰 구분 말고 국가 역량 총동원해…마약 범죄와의 '마지막 전쟁' 치러야 할 때

지난 3일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건넨 일당 중 일부가 CCTV에 찍힌 모습.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기자의 학창 시절, 마약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고,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 사건이 종종 터지긴 했으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식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약은 너무나도 빠르고 은밀하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었다. 대한민국은 지난 2016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국제연합(UN)은 5000만 명당 마약사범이 1만 명 이하일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부른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연 1만 명 이상이 꾸준히 마약 사범으로 붙잡혀 처벌받는 나라다. 이달 6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전년(1만6153명) 대비 13.9% 증가한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1∼2월로 범위를 좁히면 2600명으로 전년 동기(1964명) 대비 32.4% 폭증했다. 특히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2년 38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10년 새 116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통계를 제시하지 않아도 마약이 일반인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바싹 다가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달 3일에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며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건넨 일당 4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직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 시절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골든타임'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통해 오히려 마약 수사 및 단속 당국의 역량을 약화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검찰 조직을 줄이며 마약 담당 부서를 통폐합했고,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강력부 내 마약 수사 부서를 없앴다. 2020년에는 대검 마약과가 조직범죄과에 흡수됐고,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부터는 검찰이 마약 밀수 중에서도 500만원 이상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마약 범죄와 관련해 검찰의 손발이 완전히 묶여버린 셈이다. 그 결과 검찰이 직접 범죄 사실을 인지한 마약 사건은 236건(2021년 기준)으로, 2020년 880건에 비해 73%나 줄었다.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한 노력보다 '검찰 힘 빼기'에 집중한 결과였다.


그로 인한 피해는 이제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남미의 몇몇 국가들처럼,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아이들 학교 보낼 때 부모들이 마약 조심하라고 말하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 범죄 절멸을 위한 마지막 전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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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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